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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첩’과 혈맹/신재민 워싱턴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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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간첩’과 혈맹/신재민 워싱턴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7.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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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미 해군정보부 문관으로 근무하다 한국대사관 관계자에게 국가기밀을 넘겨주었다는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됐던 로버트 김씨에게 미 검찰이 간첩혐의를 적용, 추가기소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종전보다 훨씬 무거운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한 간첩죄가 적용됐다는 이 기사는 우리에게 다소 이상하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갖게 한다.혈맹이란 이름아래 전쟁도 함께 치른 우방 미국이 그를 향해 「한국간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무척 생경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물론 김씨 사건은 양국 관계에 있어 처음으로 발생한 간첩사건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간첩이라면 북한만을 떠올리는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어느 나라든 미국의 국가기밀을 빼가면 간첩」이라는 미국적 사고방식과 감각적 차이를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과거의 소련이나 동구권 국가들만을 상대로 간첩의 개념을 적용한게 아니라 이스라엘에 기밀을 넘긴 유대계 미국인을 종신형에 처한 미국인만큼 김씨를 간첩혐의로 기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노릇인지 모른다.

김씨 개인에게는 큰 불행이지만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간첩이라는 개념을 재정립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라고 하지만 국가의 보안기능을 온통 북한에만 겨냥하고 있을뿐 우리의 군사기밀을 빼낸 일본 기자도 그냥 추방되는 정도에서 그쳤던게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미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보요원들이 우리나라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많은 산업기술이 우리의 경쟁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도 이제 냉전의 틀에서 벗어나 미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중국도 우리의 국가기밀을 빼가면 바로 간첩으로 다스려야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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