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에 정치권 눈치볼 필요있나”/검찰 명예회복차원 강도 높일듯한보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 중수부장이 전격 교체됨에 따라 한보사건 및 김현철씨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행보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법무부는 21일 중수부장 교체에 따른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인사는 공명정대하고 투명한 검찰의 수사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 수사책임자를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검찰 내부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또 「수사외적 요인」에 의해 오해가 제기돼 이를 불식할 필요가 있었던 점도 사령탑 교체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이같은 배경설명에는 한보 사건수사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 원인에 대한 자기진단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수사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심재륜」 중수부장팀이 부풀려진 의혹을 규명함으로써 한보해법의 정치적 제물이 되버린 뼈아픔을 딛고 실추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새 수사팀은 적어도 기존의 수사틀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보특혜 대출의 「몸통」으로 지목돼 온 김현철씨와 그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날 대검 중수부가 (주)심우 대표 박태중(38)씨의 운영회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한보철강 시설설비 도입과정에서의 현철씨 리베이트 수수의혹을 수사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검찰관계자는 『수사팀 교체로 일단 진상 규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게 사실』이라며 『여기서 검찰이 더 주저하거나 정치권의 요구에 순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보사건 및 현철씨 수사가 본궤도에 접어들더라도 국정조사 등 외부적 요인과 증거 확보의 불투명성 등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조속한 시일내에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다.
특히 기존 수사팀이 여론에 밀려 수사를 서두르다 「졸속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례를 새 팀이 반복하려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을 샅샅이 뒤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속전속결식 수사보다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새 수사팀의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내부적으론 이번 수사책임자의 교체가 한보사건 수사결과 자체에 대한 문책으로 몰고 가는데 심한 반감을 갖고 있다. 홍인길 의원과 김우석 전 내무부장관 등 권력의 핵심을 사법처리하는 등 「상당한」 수사성과를 거두었다는 게 검찰 내부의 판단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 사건의 속성상 어느 수사팀이 맡더라도 지금이상의 수사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검찰 관계자들도 상당수이다.<김승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