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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아름다움/송명희씨 이대 석사논문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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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의 아름다움/송명희씨 이대 석사논문 화제

입력
1997.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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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로마 ‘토가’가 검정패션 원류/미니멀리즘·허무·금욕·에로 등 현대에 와서 다양한 얼굴검정색이 가진 마력은 엘리트적 이미지 대 반항적 이미지, 성의 이미지 대 속의 이미지라는 양면성이 끊임없이 충돌,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강화돼왔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송명희씨가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 대학원 석사학위논문으로 발표한 「현대 패션에서 나타난 블랙의 미의식에 대한 연구」가 화제의 논문. 송씨는 이 논문에서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다양한 패션조류들을 고찰하고 그 속에서 블랙의 미의식은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가 분석했다.

그의 논문에 의하면 블랙패션의 원류는 로마시대까지 거슬러간다. 로마시대에 애도를 표현하기 위해 착용했던 검정색 토가(toga)가 현대 블랙패션의 원류라는 것. 블랙이 패션에서 급부상한 것은 2차대전 이후다. 전후의 불안한 시대정신과 이어 전개된 획일적인 도시환경에 대한 심리적 방어기제로 검정이 선호되었다. 또 여성운동이 촉발한 성의 해방은 전통적으로 남성색으로 인식했던 검정을 여성복에 채용해, 이후 검정은 남녀의 구분을 떠난 통합적 인간상을 표현하는 색으로 역할하기 시작했다.

현대패션에서 블랙이 갖는 미의식은 크게 미니멀리즘 댄디즘 허무주의 금욕주의 에로티시즘 등으로 구별된다. 60년대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디자인을 최소화하는 패션조류이다. 색채에서도 광선을 풍부하게 받은 일체의 색을 배제한, 색이 없는 상태인 블랙이 자연스럽게 미니멀리즘을 표현하는 최상의 색으로 받아들여졌다. 엘리트주의적인 절제의 미학이 적용된 사례다. 또 60년대 후반의 댄디즘에서는 주도층이 자신들을 속물들과 구별하여 정신적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징색으로 검정을 채용했다.

반대로 70년대 중반에 등장한 펑크룩은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저항으로 허무주의를 채택한 노동계급출신 젊은이들의 패션으로 등장했는데 이 허무주의는 죽음과 절망을 상징하는 검정색 메이크업과 검정색 옷차림을 통해 전파됐다.

한편 80년대초 일본의 디자이너들은 남녀간의 정욕이나 색욕이 일체 배제된, 고고한 정신의 청결함을 검정으로 표현하던 일본의 전통에 따라 검정색을 씀으로써 일본의 검정색이 서구패션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최근 페티쉬룩과 매니쉬룩에서는 검정이 새로운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색이 되었다.<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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