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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조정 실패로 재고만 불려/지난해 경제성장률 분석과 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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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조정 실패로 재고만 불려/지난해 경제성장률 분석과 올 전망

입력
1997.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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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부담 가중속 한보사태 ‘설상가상’/성장·물가·국제수지 최악상황 가능성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판매부진에도 불구, 생산을 줄이지 못해 재고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상품이 팔리지 않는데도 공장가동을 줄이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은 7.1%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은 당초 지난해 성장률이 7%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를 두고 경제전문가들은 촛불이 꺼지기전 순간적으로 밝아지듯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아 발버둥친 형국으로 보고 있다.

김영대 한은 이사는 『기업들이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생산을 신축적으로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며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가 237억달러에 달한 것도 수출이 안되는 상황에서 원자재, 원유 등의 수입을 줄이지 못한 것이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문건 상무도 『지난해말까지 기업들이 재고조정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이는 우리 산업구조가 생산조정을 쉽게 할 수 없고 노조의 결속력이 강한 중화학공업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고는 기업들에게 비용부담을 안겨준다. 재고에 투자한 돈이 팔리기전까지 창고에 묶여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재고누증에 따른 비용부담을 안고있는 상황에서 한보사태이후 금리마저 상승,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연초부터 수출마저 작년보다 더 악화하는 양상을 보여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경기급냉이 우려되고 있다.

이때문에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예상(6.4%)보다 크게 떨어져 4∼5%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올 연초부터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93∼94년에 시작된 설비투자가 지난해말까지 일단락된후 기업들이 후속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지표의 하나인 국내기계수주 증가율이 지난해 11월만해도 30% 증가했으나 올 1월엔 27.5% 감소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우리 상품경쟁력의 하락과 엔화환율 절하에 힘입은 일본상품들의 가격경쟁력 호전 등으로 수출도 올해들어 더욱 위축되고 있다. 1∼2월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6.5% 감소했다.

경기의 급격한 위축과 함께 국제수지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물가관리도 힘겨운 양상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올들어 2월까지 이미 30억9,000달러(작년 17억2,000만달러)를 기록, 연간 2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원화환율 상승으로 수입가격이 높아져 물가관리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자칫 경제정책의 3대 목표인 성장 물가 국제수지가 한꺼번에 최악의 상황에 이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경기대책을 발표한 것은 이같은 급박한 상황을 고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날 대책들이 이미 악화일로에 있는 우리 경제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유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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