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세계를 유영「What Game Shall We To Play」.
어쩌면 칙 코리아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 이 곡에 주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지 모른다. 나 역시 이 곡이 퓨전 재즈를 대변하는 베스트 곡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곡에서 칙 코리아가 마치 자기 영혼의 세계를 유영하는 듯한 산뜻함을 느낀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음악적으로는 칙 코리아에게 대단한 영향을 미쳤던 맥코이 타이너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이 곡에서의 칙 코리아는 맥코이 타이너 특유의 창법을 자신의 재치와 재능으로 완성한 듯하다. 깔끔한 멜로디 라인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코드 진행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내가 이 곡이 실려있는 「Return To Forever」를 접하게 된 계기는 동생 승환이 때문이었다. 승환이는 평소 엄청난 LP 수집광. 또 무슨 판을 찾아냈나 싶어 재킷을 들여다 보다 무심코 방을 나서려는데 노래가 들려왔다. 동생의 음반 배경 설명―승환이는 그런데 관심이 많았다-은 뒤로 한 채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음악을 들었다. 그 당시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세계를 탐닉하던 때였다. 특히 퓨전 재즈에 관해서는 한동안 국내에 불었던 거센 바람에 개인적인 취향이 더해져 관심이 많았다. 가끔 시내 레코드 숍에서 퓨전 재즈 연주 비디오를 틀어주기라도 하면 길을 가다 멈춰 서서 들여다 볼 정도였으니까.
나는 칙 코리아가 어떤 표정으로 이 곡을 만들고 연주했을까, 몇번인가 보았던 연주자들의 뮤직 비디오를 떠올리면서 생각해보았다. 약간은 엉뚱하기도 했지만 음악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단어에 대해 고민하던 그때의 내게는 곡의 성격 파악 못지않게 만드는 사람의 의도가 소중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후 언제인가 맥코이 타이너가 세종문화회관에서 내한 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다. 자기 삶을 즐기는 듯한 여유있는 연주와 다정한 할아버지처럼 관중을 대하는 태도. 너무 보기 좋았다. 또한번 그의 음악을 뿌리로 뻗어나간 칙 코리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Return To Forever」 LP를 다시 찾아 들어봐야겠다. 물론 먼지가 잔뜩 쌓여 있겠지만….<‘주주클럽’ 주승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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