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트 절반값에 넘겨달라”20일 검찰에 적발된 구청간부의 뇌물수수행태는 『한국에선 공무원이 왕』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했다.
지방자치제 실시직전 동대문구청장을 지낸 세종문화회관 관장 윤우길(56·2급)씨는 업자들에게 노골적으로 손을 벌렸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송파구청 부구청장일 때 건축허가를 부탁하는 업자에게 『골프채가 좋지않아 공이 맞지 않는다』며 『일제 혼마가 좋다해서 압구정동에 봐둔게 있는데…』라고 운을 떼었다. 눈치빠른 업자는 1주일을 뒤져 골프채 10개짜리 혼마Ⅱ 세트를 구해 바쳤다. 그는 건축허가를 내준 뒤 같은 업자에게서 10만원짜리 롯데백화점 상품권 30장을, 추석무렵엔 금은제 주발세트(180만원)를 챙겼다. 검찰의 자택 수색과정에서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혼마Ⅰ 골프세트도 발견됐다. 윤씨는 강동구청 부구청장으로 옮겨서도 업자들이 상납하는 금제 버클(120만원), 50돈쭝짜리 순금 골프장식품(250만원) 등을 받았다.
윤씨는 해외시찰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해 4월께 골프연습장으로 업자를 불러낸 뒤 『잠깐 백화점에 들르자』며 강남의 H백화점내 버버리상점에 들어가 점퍼와 티셔츠(시가 60만원)를 입어 본 뒤 슬그머니 들고 나왔다. 업자는 뒤늦게 「감」을 잡고 황급히 카드로 결제했다. 윤씨는 또 준공검사를 앞둔 90평짜리 빌라트중 한 채(시가 9억5,000만원)를 건축주에게 『절반가격에 넘겨달라』고 떼를 썼다. 『시공회사의 눈치도 있고 하니 20%만 깎아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50%를 고집하던 그는 결국 빌라트를 손에 넣지 못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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