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3월19일자중국은 2월12일부터 베이징(북경) 소재 한국대사관에 머물던 황장엽의 베이징 출발을 허용했다. 중국은 망명직후 벌어졌던 북한인들의 주중 한국공관 침투 시도를 좌절시켰고 이후 「납치」를 주장하며 황을 돌려보내라는 북한의 요구도 거절했다. 리펑(이붕) 총리가 14일 열린 전인대에서 강조했듯이 중국은 외국대사관을 통한 망명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비록 제3국을 경유하는 것이지만 황의 탈출을 허용한 것은 중국이 간접적으로 한국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이 「형제국」 북한에 대해 이같이 비연대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몇년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중국은 지난 50년 북한을 위해 한국전에 참전했었으며 수십년간 경제적·기술적 지원을 제공,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로 인정될 정도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젠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아시아에서 급성장하는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보다 중시하게 되었으며 역사적인 경험으로 인해 일본보다는 특히 한국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92년 중국은 한국과 수교했고, 이후부터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면서 남북한에 대해 균형적인 외교정책을 취해왔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북한보다 40배나 더 중요하다. 지난해 중국의 대북한 수출은 4억9,700억달러, 수입은 6,900만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한국과의 교역규모는 199억달러에 달해 한국은 중국의 5번째 교역국이다.
한국과의 관계가 이같이 중요해진 중국은 황의 망명과 관련, 한국의 의사에 반하는 해결책을 내릴 수 없었다. 그동안 중국이 보였던 태도는 분명 북한정권에 고통스러운 황장엽사건을 다소 완화시켜주고 중국이 황의 망명을 도왔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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