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은 꽃의 표정처럼 행복을 느끼게 한다. 계절이 바뀌면서 맨 처음 찾아오는 신의 전령이 꽃이 아닐까. 때문에 작곡가들은 저마다 꽃과 새소리, 얼음을 깨고 흐르는 시냇물, 구름 뜬 전원의 봄을 찬양한다.봄의 환희는 그대로 가슴의 노래가 되고 환상이 된다. 그것은 생명의 소리이자 긴 겨울 기다림 끝에 만난 반가움이요 설렘이다.
봄은 시인의 창작 텃밭이다. 작곡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열고 봄의 명곡에 취해보자. 먼저 베토벤의 「봄 소나타」를 들어보자. 이 곡은 우리가 알고 있는 베토벤의 심각한 얼굴 표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의 일생을 관통했던 운명적 주제와 성취를 위한 강렬한 신념에 비하면 무척 인간적이고 내면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따뜻한 속마음을 대할 수 있는 이 곡은 봄의 향기처럼 화사하다. 특히 2악장,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화는 마치 양지녘에서 햇살을 쬐는 듯하다. 생동감 넘치는 관현악곡 「숲 속의 물방앗간」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봄이 오면」 「산유화」 「목련화」 「모란이 피기까지는」 「봄처녀」 「나물 캐는 처녀」 등 우리가곡도 많다.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에선 무르익은 낭만적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나오는 합창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도 미풍의 소식을 전한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종달새」는 창공에서 지저귀며 훨훨 나는 새의 자유를 보는 듯하다. 슈베르트의 피아노5중주 「송어」도 맑은 시냇물의 평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봄의 소리 왈츠」를 들으며 어깨를 들썩이지 않는 이가 있을까. 슈트라우스는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진 뒤 참담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나타나 왈츠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줌으로써 당대 최고의 스타가 됐다. 그의 왈츠는 한 시대를 풍미했을 뿐 아니라 세계를 정복하고도 남았다.
봄이란 제목을 굳이 달지 않더라도 행복한 선율은 그 자체가 모두 봄이다. 한 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마음을 위안하고 봄소식을 전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강렬한 리듬의 음악만 추구하는 현실이다. 봄이 희망을 알리는 전령이듯 음악이 항상 영혼을 깨우는 봄의 종달새이기를 바란다.<탁계석 음악평론가>탁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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