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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일꾼 버린 회사 ‘한의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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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일꾼 버린 회사 ‘한의 보복’

입력
1997.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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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텍사코 31년 근무자 전화 한통으로 해직/흑인차별 녹음공개 1억7,600만불 보상케미국 정유회사 텍사코가 차별대우 문제로 흑인 종업원들에게 지난해 11월 1억7,600만달러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던 것은 이 회사 간부들의 인종차별 발언이 담긴 비밀 녹음테이프가 공개됐기 때문이며 이 테이프는 리처드 런드월(56)이란 해직자가 공개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런드월은 그가 평생을 바쳐 일해온 텍사코에서 전화 한 통화로 해직당하자 복수심에서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텍사코 인력관리부에서 일하던 런드월이 해고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해 2월 코네티컷주의 한 병원에서였다. 신장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던 그에게 회사는 전화 한통으로 31년간의 인연을 끊은 것이다.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문을 나설때도 환송식은 커녕 인사조차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주유소 종업원으로 텍사코와 인연을 맺고 주말, 휴가도 잊은 채 열심히 일한 덕에 핵심부서 관리직까지 올랐지만 그도 결국 회사로부터 「쓸모없는 인물」로 분류돼 쫓겨난 것이다. 이때 94년 중반 흑인 종업원들이 회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고용평등법 위반혐의 소송사건과 소송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녹음테이프를 자신이 갖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쳐갔다. 이 사건 담당 재판부는 인사관련 회사문서의 제출을 명령했다. 회사 간부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 문서를 없애버리라고 지시했고 현장에 있던 그가 당시 상황을 소형녹음기로 몰래 녹음했던 것이다. 테이프에는 흑인을 비하하는 발언들도 포함돼 있었다. 고민끝에 그는 흑인종업원측 변호사에게 테이프를 넘겼고 이 내용은 고스란히 TV 시사프로그램 「나이트라인」을 통해 전국에 방영됐다. 흑인들의 분노가 들끓고 불매운동까지 시작되자 텍사코는 서둘러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텍사코의 전·현직 흑인종업원 1,348명은 6만달러씩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시민단체들은 개인적 「응징」과 사회적 「고발」이 용해된 그의 용기가 가져온 승리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여전히 답답하다. 『31년을 함께 살아온 여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으며 또 그 여인의 부정을 세상에 공개해야 했던』 심정이었기 때문이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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