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내일부터 45일간 활동에 들어가는 국회특별조사위의 역할과 임무는 참으로 막중하다. 이번 특조위활동은 한보비리와 함께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도 가릴 예정이어서 어느 면에서는 김영삼정부의 4년간 국정운영의 시행착오, 즉 한보사건의 진짜 흑막과 부통령으로까지 불렸던 김현철씨의 갖가지 행태의 진실을 밝히는 종합검사가 될 것이다.88년 5공 및 광주청문회 이래 9년만에 TV생중계속에 청문회 방식으로 진행될 이번 특조위는 증인과 참고인이 75명에, 보고청취 및 서류체출, 검증기관만도 36개나 되는 대형청문회여서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힘든 협상끝에 이같은 특위 운영원칙에 합의했지만 외형상 대규모 청문회임에도 과연 이번 청문회에서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국민의 시선은 결코 부드럽지 않다.
그것은 우선 증인중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여야의 일부 중진의원과 지사 등 23명에 대해 여야 3당이 서로 봐주기 식으로 증인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진실규명 차원에서 당연히 선정했어야 했다. 또한 특조위의 일부 야당의원의 경우 정총회장이 국정감사때 한보질의를 무마하기 위한 이른바 4인방의 관련인사여서 꺼림칙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청문회 제도의 원조국인 미국의 상하의원들은 청문회전에 개인적인 자료수집 외에 특위의 전문위원 의회입법조사국, 그리고 의회소속 회계검사원(GAO)으로부터 관련자료를 충분히 지원받기 때문에 실상 청문회에서는 사실 확인에 그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관련자료는 전적으로 소속당과 특위위원이 수집하기 때문에 활동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문에 당책을 앵무새같이 대변하거나 마구잡이식 폭로와 으름장으로 시종하는 면이 다분히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여야 특위위원들은 이번 특조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서 한보비리 즉 어떻게 해서 사업승인을 받았고 거액의 금융 특혜를 받았으며 이를 주도한 외압의 실체―몸통은 누구이며 이 과정에서 누구에게 정씨의 검은 돈이 건네졌는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또한 김현철씨에 대해서는 각종 고위직 인사개입과 국정개입 등 국사에 불법 관여 여부는 김영삼 정부의 실정 및 국정문란의 원인과 긱결되는 것이어서 반드시 가려져야 할 것이다.
대체로 이번 청문회에서 야당은 오는 대통령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김영삼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 상처내기에 주력할 것이고 여당은 한보비리 규명, 정경유착을 가리는 쪽으로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여야당과 특조위원들은 청문회를 당략과 얄팍한 인기만을 노린 껍데기식 질의와 규명을 결코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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