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전히 외부세계의 영향과 변화를 거부하는 「은자의 나라」인가? 아니면 세계화시대의 새로운 사고와 지식, 기술에 적응하고 변화하려는 역동적인 사회인가? 한가지 지적하자면 여기에 모순이 있는 것 같다.내가 가본 어떤 나라에서도 한국만큼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신앙과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것을 본 일이 없다. 나는 불교가 얼마나 생동하는 종교이고 불교신앙이 한국인의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는가를 보고 놀랐다. 많은 절에서 자녀의 학업성취와 남편의 성공을 기원하는 여인들을 보았다. 한국에서만큼 유교가 생생히 살아있는 곳을 본 적도 없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한 도시에 그렇게 많은 교회가 있는 것도 보지 못했다.
불교 유교 기독교는 모두 문화적 토대가 다르다. 한국인은 이 종교들을 그들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독특한 한국적 표정을 부여했다. 외국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들은 일터에서는 유학자이고, 아플 때는 무속인이고, 죽을 때는 불교도가 된다』
내가 한국을 처음 만난 것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이후다. 한국이 세계화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 이곳에 온 나는 서울의 번화가가 선진국 수도의 그것과 차이가 전혀 없다는데 놀랐다. 어디에나 패션상점들과 유명상표, 최신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은 서구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특히 라이프스타일에 관해서는 매우 빠르게 서구를 닮아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모순이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화를 향한 노력이 보이지만 한국을 잘 아는 사람들은 서구적 옷차림을 한 한국인들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 구세대와 젊은이의 관계 등에서는 유교의 권위주의적 가치들이 우세해 보인다. 이 점에서 한국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노르웨이는 열린 사회, 평등한 사회안에서 개인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게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체벌을 받지도 않았고 부모 또는 사회로부터 공부나 사생활 문제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지도 않고 자랐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함께 책임을 느끼도록 교육받았다. 젊은이건 노인이건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나는 한국사회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구사회와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한국은 변화하고 있는 역동적인 사회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과거와 같은 상태로 남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는 한국이 세계화를 통해 이러한 모순을 뛰어넘기를 기대한다. 한국사회는 인간관계에서 매우 긍정적인 측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긍정적 가치들이 좀더 강화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세계화한 세상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주한 노르웨이 대사>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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