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때 인수 반년만에 흑자전환/매년 히트작 내… 작년 14억 매출도서출판 푸른숲의 김혜경(45) 사장은 출판계에서 내로라하는 여성출판인이다. 91년 7월 망해가는 출판사를 이름이 마음에 들어 인수, 6개월만에 흑자를 내는 수완을 발휘해 그의 능력을 확인시켜주었다.
세상을 책의 숲으로 만드는 게 소망인 그는 교육자가 꿈이었다. 그래서 이화여대 영어교육과에 진학했지만 교생실습 과정에서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78년 결혼과 함께 퇴사했으나 3년 뒤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에 재입사, 과장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평생직장을 찾아야 할 때라는 결심에서 다시 퇴사, 39세에 출판이라는 생소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멋모르고 뛰어들었지요. 지금은 누가 출판사를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말리고 싶습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기획, 마케팅 등을 배우고 익히겠다는 자세로 덤벼들었지만 초기 2∼3년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출판사경영 1년만에 400%의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출판사 인수 3개월 뒤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첫 작품으로 냈다. 이 책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요즘도 매달 7,000∼8,000부씩 나가는 알토란같은 스테디셀러로 지금까지 80만부정도 팔렸다. 지난해 35종, 14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년 1∼2권씩 베스트셀러도 탄생한다. 「혼자 눈뜨는 아침」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 「아하, 프로이트」 등. 소설가 이경자씨의 「혼자 눈뜨는…」은 반상회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중년 주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사장이 가장 만족하는 책은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이다.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도 좋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이 가치있다고 믿는다. 출판사 일로 답답할 때면 독자엽서를 읽는 것이 취미다. 독자의 조언과 고언을 들으면 저절로 힘이 난다. 그동안 도덕성, 가치, 모양새 등 일정수준의 책을 내겠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마련했다. 여성 중심의 책을 냈던 푸른숲은 최근에는 인문교양서, 역사서, 사회과학 분야 등으로 출판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다. 현대사회의 병리현상 해결에 도움이 되는 등 사회적 기여도가 높다는 생각에서다. 『출판으로 돈 번다는 생각은 없습니다』라는 단호한 말에서 삶의 자세를 읽을 수 있다. 그는 푸른숲을 지켜나갈 수 있는 일꾼을 키워내고 일정수준에 오른 책을 내는 믿을 만한 출판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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