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최남단, 해군함대의 기지가 있는 툴롱에서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지중해 연안. 누가 여기에 쪽빛바다 코트 다쥐르(Cote d’Azur)라는 이름을 붙였는가? 신의 축복이 한없이 넘치는 땅과 바다. 바다를 바라보면 눈이 시리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당신은 철학자가 된다. 수많은 예술가와 사상가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도시는 한 편의 역사이자 예술이다. 맑은 하늘과 따사로운 햇빛. 거대한 알프스가 북풍을 막아 한겨울에도 봄같은 곳. 첫발을 딛는 순간 잠자는 시간이 아까울 것이라는 예감에 사로잡히는 곳. 코트 다쥐르 해안이 본격 시즌(4∼10월)을 앞두고 있다.○시 전체가 한폭의 수채화
▷니스◁
면적 73㎢, 인구 34만명. 프랑스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고 세계의 부자들이 모여드는 곳. 로트렉, 샤갈, 마티스가 푹 빠져들었던 곳. 철학자 니체는 『나는 니스의 햇빛과 공기와 해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니스(Nice)는 도시 전체가 이들 화가들이 그린 수채화 같다. 게으른 듯 늘어져 있는 해안, 맑은 바닷물,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 지천으로 널린 잔디밭,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거장들의 예술작품들.
니스는 산책하듯 시가를 둘러보는 것이 제일 좋다. 천사의 만. 이름만큼이나 예쁜 해안이 활처럼 구부러져 있고, 야자수가 죽 늘어선 산책로가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겨 찾은 까닭에 「프롬나드 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을 얻었다. 3.5㎞의 산책로를 따라 고급호텔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줄을 지어있다. 본격 시즌이면 인파로 파묻히는 해변에 내려서니 때이른 선탠족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프롬나드 데장글레가 끝난 곳부터는 구시가지. 좁은 골목길에 점점이 박혀있는 교회들은 대부분 17, 18세기 바로크건축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고, 오페라하우스 같은 건물에서는 벨에포크(아름다운 시대라는 뜻으로 프랑스의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면 프티트랭이라는 미니열차를 타는 것도 괜찮다. 해안가에서 출발해 성터 흔적만 남아있는 캐슬힐까지 가는데 파란눈의 미녀가 익숙한 운전솜씨로 구시가의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간다.
밤의 니스는 낮 만큼이나 아름답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에는 색색의 조명이 피어 오른다. 그래서 니스는 낮도 밤도 모두 짧다.
니스는 미술관의 천국. 샤갈 미술관, 마티스 미술관, 마세나 미술관과 니스근현대미술관이 있다.
○고급 사교장 된 카지노들
▷모나코◁
왕비의 꿈을 이룬 신데렐라, 그레이스 켈리와 세계 최고의 카지노가 그 존재를 널리 알렸지만, 모나코(Monaco)는 이 때문에 잃은 것도 많다.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항구와 해변, 지상의 낙원같은 나라 전체의 풍광이 파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면적이 1.95㎢밖에 되지않아 걸어도 한나절이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다. 바티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볼 곳은 왕궁과 카지노 두군데. 모나코시에 있는 왕궁은 낮 12시 이전에 찾는 것이 좋다. 정확히 상오 11시55분에 왕궁 정문 앞에서 100년 이상 이어진 경비대 교대식이 열린다. 6∼10월에는 가이드와 함께 왕궁 안을 구경할 수 있다.
카지노는 몬테카를로시에 있다. 야자수와 온갖 종류의 꽃들로 꾸며진 광장 정면에 자리잡은 건물이 그랑카지노. 파리 오페라를 설계한 거장 가르니에의 작품. 그랑카지노를 중심으로 역사 깊은 호텔 드 파리와 카페 드 파리가 양 날개처럼 펼쳐 있다. 어둠이 내리고, 오색 불빛이 광장을 비출 때면 이브닝드레스를 걸친 귀부인과 검은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맨 신사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도박장이라기보다는 세계의 대부호들과 명사들의 고급 사교장이다. 니스에서 건너갈 때 별도의 출입국 통제가 없다. 화폐는 프랑스프랑화이며 언어도 불어.
○언덕위에 서있는 작은 고도
▷에즈◁
니스에서 모나코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에즈(Eze, 본지명은 에즈 쉬르 메르, Eze―Sur―Mer)는 시저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의 숨결이 깃든 작은 마을. 바다를 내려다보며 언덕에 서있는 마을은 한마디로 아담한 한 폭의 그림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에즈역에서 내려 산길 입구로 접어들면 니체의 산책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영감을 얻었다는 곳이다. 우거진 숲과 하얀바위가 곱게 어우러져 있고, 그 틈새로 쪽빛바다가 얼굴을 내밀고 있다. 헐떡이며 40여분을 오르면 옛 모습을 간직한 시골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새하얀 자갈이 깔린 좁은 길과 돌로 만든 집들(토산품을 만드는 기술자들의 작업장, 화가의 아틀리에가 대부분)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중세마을이다.
열대식물원을 보고 쉬엄쉬엄 올라가면 성터의 꼭대기. 이 곳에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전망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데 날씨만 맑으면 바다 저 끝의 코르시카섬까지 보인다.
○시인 장 콕토의 숨결 가득
▷망통◁
니스에서 열차로 40여분, 모나코에서 자동차로 20여분 달리면 시인 장 콕토가 사랑했던 망통(Menton)을 만날 수 있다. 장 콕토는 망통에서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화가로 남아있다. 옛 항구를 조금 지나면 작은 성 같은 건물이 있는 데 이 곳이 바로 장 콕토 미술관. 돌벽사이로 난 창 저쪽에는 바다가 걸려 있다. 시청에 있는 결혼식장에도 벽과 천정이 온통 장 콕토의 그림으로 수놓아져 있다. 「태양의 길」이라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고급 호텔과 리조트에서 부자들의 휴양지임을 느끼지만, 옛 항구쪽 비탈진 언덕에 담장을 기대고 서 있는 낡은 집들에서는 어촌 본래의 소박함을 엿볼 수 있다. 도시 전체가 호텔로 이뤄지다시피해 니스에서 호텔을 잡지 못한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
▷다른 곳들◁
니스의 아래쪽에 있는 칸(Cannes)은 잘 알려진대로 국제영화제가 5월에 열리는 곳. 세계의 대스타들이 화려한 연회를 베푸는 신시가와 서민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구시가로 나눠져 있다. 배로 15분 걸리는 생트 마르그리트섬과 생 토노라섬 등 2개의 섬을 보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 마르그리트섬에는 뒤마의 「철가면」의 무대가 된 성채가, 토노라섬에는 유서깊은 수도원이 있다.
칸에서 내륙으로 30여분 차를 달리면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Grasse). 사시사철 장미와 라벤더 제비꽃 등 온통 꽃으로 둘러싸인 동네다. 향수공장과 향수박물관이 있어 향수의 제조과정과 향수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싼 값에 쇼핑도 가능하다.
칸의 아래쪽에 있는 생 트로페(St. Tropez)는 코트 다쥐르 해안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예술적 도시. 누디스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세계 대부호들의 별장이 즐비하다. 라농시아드미술관에는 이곳을 사랑했던 시냑, 세고냑, 콜레트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코트 다쥐르 가는 길/파리서 니스행 TGV 하루 서너차례 운행
코트 다쥐르 여행은 니스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일 낫다.
파리 리용역에서 니스행 직통 TGV가 하루 서너차례 운행된다. 칸까지는 6시간30분, 니스까지는 7시간 가량 걸린다.
니스에서 칸까지는 열차로 25분, 망통까지는 40분 거리. 니스에서 모나코, 에즈 또는 망통까지는 해안풍경을 즐길 수 있는 버스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파리에서 곧바로 망통으로 가려면 리용역에서 벤티밀리아행 급행을 타면 1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주 3회 서울―파리를 운항하는 에어프랑스를 이용하면, 추가요금 없이 파리 드골공항에서 곧바로 니스행 비행기로 갈아 탈 수 있다. 대한항공 편으로 이탈리아 로마로 먼저 가는 사람들은 밀라노, 피사 등지를 관광하며 북상한 후 지중해를 따라 거꾸로 니스로 가는 것도 괜찮다.<니스=최성욱 기자>니스=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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