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사회와 문화의 모습 담아내야”지난해 말 국내 광고계에 유머광고 돌풍을 몰고 온 CF감독이 있다. 탤런트 박중훈의 익살맞은 얼굴과 춤으로 OB라거 「랄랄라」를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만든 김규환(37)씨.
『광고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광고가 사회의식을 전달하고 사람들의 꿈을 담아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86년 광고계에 입문한뒤 그가 만들어낸 300여편의 CF들은 내용과 형식, 감각이 모두 틀리지만 『사회와 문화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는 그의 광고론이 어느 구석에든 배어있다.
「기아, 질병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합니다」는 트윈엑스 광고는 화장품CF로는 보기 드물게 「박애」를 주제로 했다. 소말리아 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X세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하고, 그 해답이자 신세대 정신의 지표를 「사랑」으로 내세웠다. 미니스커트의 윤복희를 앞세워 낡은 형식의 파괴라는 생각을 담아 낸 신세계백화점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LG패션의 「패션 코리아」, 프로스펙스의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로고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렇다고 그가 만든 광고가 온통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OB라거 광고나 카멜레온을 등장시킨 마리끌레르 광고가 대표하고, 지난해 내놓은 세진컴퓨터의 「강강수월래」가 보여주듯 유머가 깃들인 기발한 화면 구성은 그의 장기이다. 『광고인에게는 창의성이 생명입니다. 국내 광고의 자의적인 검열은 광고제작자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억누를 수도 있습니다』
홍익대 공예과를 졸업하고 28세에 국내 최연소 CF감독이 된 그는 3년전 독립해 「유레카」라는 CF·영화제작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 탤런트 남주희씨와 결혼, 화제를 모았던 그는 다음달 초 방영예정으로 OB라거 3탄 제작에 들어가 눈코 뜰새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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