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좌익반군서 강력한 야당 부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좌익반군서 강력한 야당 부상

입력
1997.03.19 00:00
0 0

◎엘살바도르 FMLN 수도시장 등 대도시 석권엘살바도르 좌익반군이 총을 놓은 지 5년만에 강력한 제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16일 실시된 중간선거 잠정집계 결과 좌익반군 후신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은 집권 민족공화동맹(ARENA)과 엇비슷한 3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의원 84명과 262개 시 시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특히 수도 산살바도르를 비롯해 주요 대도시 시장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정치적 지분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FMLN이 7만6,000명의 사망자를 낸 12년간의 내전을 끝내고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은 92년. 이후 94년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우파인 ARENA는 아르만도 칼데론 솔을 당선시켰고 과반수에서 1석 모자란 42석을 확보, 의회까지 지배했다. FMLN은 14석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FMLN은 그동안 사회주의가 아닌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자처하는 등 좌익게릴라 이미지를 씻기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산살바도르 시장 당선자인 헥토르 실바(49)의 경우 세금을 신설하는 대신 소규모 금융기관 설립을 촉진하고 정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과 협력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의학박사에 반군지도자 출신으로 80년대초 우익 해골단이 좌파 인사 수천명을 살해할 당시 멕시코에서 4년간 망명생활을 한 적도 있다. 이번 선거서 의원에 당선된 반군사령관 출신의 샤피크 한달도 『우리가 국가를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FMLN이 당장 국가적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통령이 ARENA 소속이다. 게다가 ARENA의 지분이 크게 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은 FMLN보다 훨씬 많이 당선시켰다. 특히 소수정당들이 중도우파여서 연정을 구성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FMLN은 일단 지방정부 운영을 통해 수권능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내전 종식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민들 사이에 가시지 않고 있는 「빨갱이」에 대한 감정적 앙금을 녹여내는 것이 급선무다. 가난한 550만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40%라고 하는 사상 최저의 투표율에서 여실히 드러났다.<이광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