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저(54) 총리가 17일 총선일을 5월1일로 발표함에 따라 영국이 6주간의 선거정국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 체제와 유럽통합 참여 속도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높은 상징성을 지닌다. 아울러 선거사상 최초로 주요 정당 지도자간 방송토론제도가 도입돼 형식면에서도 의의가 크다.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다소 맥빠진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집권 보수당이 제1야당 노동당에 비해 전례없이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결과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각당 지지율은 보수당 27%, 노동당 52%, 자유당 13%로 나타나 정권교체가 확실시된다. 따라서 초점은 노동당의 압승 여부. 하원의 총 659석중 노동당이 절반(330석)을 훨씬 넘는 400석 내외를 얻는 반면, 보수당은 현 323석 중 100석 이상을 잃으리란 게 대체적인 추산이다.
이번 선거는 또 보수당과 노동당의 정책노선 차이가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각당 지도자의 대중적 인기가 큰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토니 블레어(43) 노동당 당수는 독보적 입지를 굳히고 있다. 그는 94년 7월 당수피선 이후 노동당의 구각을 과감히 탈피, 공유개념 포기와 노조와의 연대약화 등 「중도화 전략」을 펴 중산층의 지지율을 끌어 올렸다.
메이저 총리가 비록 『풍부한 집권 경험』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유럽통합과 관련한 당내 불화, 광우병 파동, 교육·의료보장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동당이 예상대로 집권할 경우 유럽통합은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블레어 당수는 유럽의 세력균형자를 자임해온 영국의 전통을 고수함과 동시에 유럽공동의 세금·방위·이민정책 등에서 거부권 유지를 다짐하고 있기 때문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