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소설가 버나드 쇼는 『영국과 미국의 차이는 영어에서 비롯된다』고 농담한 적이 있다. 그가 요즈음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영어붐을 느낀다면 『미국과 다른 나라의 차이는 영어에서 비롯된다』고 말을 바꿀지도 모른다.미국사람들은 쇼의 농담을 들으면 한참동안 웃지만 우리는 그럴 수가 없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멀티미디어 환경 때문에 국제언어가 된 영어는 급작스럽게 우리말의 한부분처럼 되어버렸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영어 강사 노릇하며 세계 여행을 즐기는 법』이라는 책이 나오기까지 하였다. 누구는 모국어 하나 때문에 대접을 받고 누구는 새 말을 배우느라 부담을 지게 된 세상이다.
전세계의 우편물, 국제 전화통화, 라디오 채널의 반이상을 영어가 차지하고 있다니 국제화시대에 영어의 필요성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정신적·경제적 부담이다. 외국 사람이 한사람도 타지않은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영어방송이 늘 나온다. 이 방송이 영어 청취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영어의 필요성을 모두가 느끼는 때에 일반인에게 부담을 주는 방법보다는 현실적이며 친근한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채택을 하고서 그 학생들의 학원과외는 금지한다는 발상도 이해하기 힘들다.
영어를 친근하게 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낯선 영어 표현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전달하는 일이다. 이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더욱이 신문매체나 방송매체에서는 독자나 시청자가 뜻을 모르는 영어를 사용하지 말아야하며 꼭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도 우리말로 뜻을 풀이해 주거나 괄호안에 영어를 따로 적어 놓아야 옳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보다도 영어를 쉬운 우리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들이 더 대접받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영어를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여 보급하는 전문연구소나 대학과 대학원의 번역학과의 신설도 고려해 볼 때이다.
힘들게 배운 영어를 우리말로 올바르게 표현하는 능력을 함께 기르지 못하면 영어에 대한 부담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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