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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역시나 “모른다”/한보 첫 공판­법정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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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역시나 “모른다”/한보 첫 공판­법정 스케치

입력
1997.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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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정때 피고인공개 관행깨고 보도진 차단/받은 돈은 혼수비용·아파트구입 등 제각각17일 열린 한보특혜대출 사건 첫공판은 세인의 관심을 반영하듯 공판 시작 30여분전인 상오 9시30분께 이미 200여석의 방청석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찼다. 재판부는 평소 호송버스에서 내려 입정하는 피고인들을 공개하던 관행을 뒤집어 구치감 앞에서부터 기자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상오 10시 정각에 재판부 입정으로 시작된 공판은 재판부의 인정신문,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발표, 검찰신문 순으로 진행돼 하오 4시50분께 마무리됐다.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한 신광식 피고인 등 전직은행장들에 대한 신문은 3∼5분만에 간단히 끝났으나 정태수 피고인과 공소장 내용을 거의 부인한 권노갑 피고인 등에 대한 신문은 장시간 이어졌다. 공판정에는 정피고인의 네아들이 모두 나와 굳은 표정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공판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재빨리 법정을 빠져나갔다.

○…수서사건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등으로 수차례 법정에 선 전력이 있는 정태수 피고인은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한 흰색목도리를 수의안에 걸친 차림으로 나와 특유의 어눌하고 무뚝뚝한 말투로 시종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검찰의 추궁을 비켜나갔다. 입정할때 오른쪽 다리를 저는 등 다소 거동이 불편해 보인 정피고인은 하오 4시께는 재판부의 허락을 얻어 약을 복용하기위해 잠시 법정밖으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정태수 피고인은 한보부도의 이유를 지난해말 산업은행에 신청한 3,000억원의 시설자금이 대출되지 않은때문으로 돌렸다.

정피고인은 검찰이 『지난해 말부터 자금사정이 좋지않아 로비를 통해 대출받았고 단기성 자금을 많이 사용해 결국 한보상호신용금고로부터도 불법대출을 받지 않았느냐』고 묻자 『사업을 하다보면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때도 있고 단기자금을 쓸때도 있다』며 『자금사정이 안 좋아진 것은 산업은행의 시설자금 3,000억원이 나오지 않았기때문』이라고 응수했다.

○…피고인들이 한보측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는 제각각이었다.

황병태 피고인은 『지난해 12월 받은 2억원을 고향의 예천전문대 기부금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나 연말이어서 돈 쓸데가 많아 미리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신광식 피고인은 자녀혼수비용에, 우찬목 피고인은 아파트 구입비와 품위유지비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홍인길 피고인 등 국회의원 신분 피고인들은 대부분 경조사비와 지구당운영비에 보탰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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