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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 없다” 벼랑끝 항복선언/현철씨 사과문 발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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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설 곳 없다” 벼랑끝 항복선언/현철씨 사과문 발표 배경

입력
1997.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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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 각오 「제발로 걸어나가기」 선택김현철씨가 17일 『국회 증인출석과 검찰 재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일종의 「벼랑끝 항복선언」이나 다름없다.

김씨의 대국민사과 발표문은 모든 서술어가 「사죄 드립니다」 「용서를 빕니다」 「한없이 울었습니다」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자책하고 있습니다」 「가슴 아픕니다」 「달게 받겠습니다」라는 등 사죄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보사태에 이은 「국정개입」의혹으로 이미 여론재판의 피고석에 앉은 김씨로서는 「이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상황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한보청문회」가 어느덧 「김현철 청문회」국면을 예고하고 있고,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된 마당에 「끌려 나가기」보다 「제발로 걸어 나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박경식씨의 녹화테이프 공개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설이 하나 둘씩 사실로 밝혀지는 상황에서 부인과 반박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한 것같다.

김씨는 무엇보다 부친인 김영삼 대통령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부담을 주었지만 가능하다면 그 대가를 스스로 치르고 싶다는 각오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지금 고립무원이다. 자기 일을 상의할 사람조차 없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이다. 아버지와의 대화도 이미 단절된 상태다. 김씨와 가깝다며 호가호위하던 많은 사람들도 그와 더이상 만나기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만신창이가 돼있는 자신의 처지를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김씨의 이날 사과성명이 여론의 동정을 사려는 것인지, 무한책임을 각오한 것인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정진석 기자>

◎김현철씨 사과문(전문)

저 김현철은 국민여러분께 머리숙여 깊이 사죄드립니다. 못난 자식을 둔 아버님께도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허물을 사죄드리며 용서를 빕니다.

자식의 허물을 대신 사과하며 국민앞에 고개숙인 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저는 한없이 울었습니다.

저는 지금 아버님을 도와드리려고 한 일이 결과적으로 허물이 되어 도리어 아버님께 누를 끼치고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린데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젊고 경험이 부족한 탓으로 처신에 실수가 있었던 것도 자책하고 있습니다.

저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하고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대통령의 아들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픕니다.

저는 더이상 제 문제로 인해 시끄러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국회에서 증인으로 출석요구를 한다면 응하겠으며, 필요하다면 검찰 재조사도 회피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국민 여러분과 아버님께 그동안 끼쳐드린 심려를 덜어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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