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급변하는데 전근대적 정치게임만/국제수지개선 위해선 정치·사회안정이 기본온 국민의 관심이 노동법 사태로 빠져들기 시작한 작년 12월 이후 만 4개월도 채 안되는 사이 국제 경제는 변혁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몇가지 사례를 보면 우선 세계무역기구(WTO) 내에서는 2000년까지 정보관련제품에 대한 관세의 철폐를 취지로 하는 정보기술협정이 체결되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몇년간 끌어온 기본 통신서비스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하나의 세계통신시장 형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아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여세를 몰아 금융서비스 협상을 끝낼 태세를 갖추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는 그간 진행되어온 다자간 투자협정(MAI)의 체결을 앞두고 있어 한국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할 단계에 와있다.
지역별로 보더라도 큰 변화가 일고있다. 미국은 클린턴 2기 정부를 맞아 종전의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더욱 강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정부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정부는 명분을 내세우던 자유주의에서 벗어나 산업정책을 현실화하는 한편 대외시장개방 압력도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종래의 경제운영방식을 혁신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금융·행정규제 개혁을 실현에 옮기고 있다. EU의 경우 99년 1월 경제통화동맹(EMU)이 출범할 예정이다. 회원국의 통화정책 주권이 사라지고 대신 단일통화(유러·EURO) 및 유럽중앙은행의 탄생을 계기로 국제금융·통화질서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아·태지역에서도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고 있다. 한국이 빠진 「아·태 G6」가 일본 도쿄(동경)에서 1차 모임을 가졌는가 하면 아세안 7개국은 자유무역지역(AFTA) 설립의 준비단계로 관세·금융자유화 협정을 체결했다.
이처럼 급속히 돌아가는 국제경제에는 아랑곳 없이 국내에서는 정치·사회의 혼돈이 되풀이 되고 있다. 노동법 변칙처리 및 재개정, 한보사태와 뒤이어 밝혀진 온갖 정치부정 및 부조리, 개각, 여당의 당직개편 그리고 대선 예비후보를 둘러싼 전근대적인 정치게임이 우리사회를 무척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보호하고 발전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불안만을 조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사실 경제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으며 특히 국제수지 불균형의 개선이 최대의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작년 기록에 이어 1∼2월간 무역적자는 55억달러에 이르렀고 경상수지 적자는 1월에만도 31억달러에 달했다. 금년의 경상수지 적자 폭도 200억달러 이내로 축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누적된 순외채 규모는 이미 작년말 350억 달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외채 망국론이 대두됐던 85년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곧바로 호전되었던 당시의 여건과는 달리 최근의 국내외적 사정은 아주 어둡기만 하다. 80년대 후반 나타난 3저현상이 되풀이 되지도 않겠거니와 한국이 OECD회원국이 된 이상 동원할 수단도 별로 없다. 또 경쟁력을 갖춘 수출산업이 제한된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공업제국의 시장개방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한마디로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데 기인한다. 적자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전제가 물가를 비롯한 경제전반의 안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경제안정은 정치·사회안정 없이는 이룩될 수 없다.
끝으로 정부·여당은 우선 원리원칙이 통하도록 사회기강을 확립함으로써 한국적 문화위기를 해소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란다. 또 현정부는 그 성격으로 미루어 개혁이나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이미 추진되어온 규제완화, 요소비용의 하락, 과소비 억제 등 기존의 정책수단으로도 가능한 목표를 일관성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
하루 속히 국내 경제의 안정을 실현하고 국제경제의 흐름을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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