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진상규명은 기대난/권노갑 의원 제외 대부분 공소사실 시인17일 열린 한보비리사건 첫 공판은 검찰의 기존 수사결과 발표내용을 재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날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검찰과 변호인단 간의 치열한 사실 및 법리공방을 통해 수사결과 이상의 추가진상규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인길·황병태 의원 등 대부분의 피고인들이 약속이나 한듯 공소사실을 순순히 시인하고 변호인단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의지를 표현하지 않아 1심 재판은 별다른 고비없이 앞으로 2∼3차례 공판후 조기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날 검찰의 신문은 『피고인들 외에 한보 대출에 대한 배후가 있느냐』는 식의 소극적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의혹의 도마위에 올라 있는 김현철씨의 이름은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한이헌·이석채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홍의원의 부탁을 받고 은행장 등에게 청탁을 한 사실만을 새로 밝혔다. 이밖에 정지태 상업은행장이 지난해 11월 홍의원의 대출청탁을 받았으나 거절했었고 김재기 전 외환은행장과 조승만 증권거래소 고문도 한보대출을 은행장들에게 중개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는 정도의 본안 이외 사실이 몇가지 공개됐을 뿐이다.
결국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때와 마찬가지로 홍피고인을 사실상의 「한보배후」로 규정, 한보 정태수 총회장이 「스폰서」 역할을 자원하면서 커넥션이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홍의원이 자신이 직접 은행장을 접촉하거나 청와대 경제수석을 움직여 대출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홍피고인도 당초 배후실체의 존재의혹을 제기했던 스스로의 「깃털론」조차 부인해가며 검찰의 이같은 사건구도에 순순히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구속당시 억울함을 토로하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었다.
정총회장도 뇌물을 준 사실을 모두 시인했고 『홍의원 외에 배후인물이나 「몸체」는 없다』고 간단하게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에 따라 변호인들의 재판전략도 별 의미가 없게 됐다. 일부 변호인들은 검찰의 직접 신문이 끝난 뒤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대로 따라야겠다』며 적극적인 방어를 할 뜻이 없다는 자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권노갑 피고인측은 강력히 무죄주장을 하고 있어 사건의 외곽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에서 오히려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이 정총회장을 내세워 국감당시 한보측 자료제공을 요구한 「국민회의 4인방」을 내세워 공격한데 대해 권피고인측은 『정총회장에게 받은 돈은 직접 받았건 정재철 의원을 통해 받았건 모두 순수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권피고인이 뇌물과 관련된 직무의 내용이 뭐냐』며 검찰에 석명을 요구함으로써 「자금의 성격」규명이 재판의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우석 피고인도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했으나 역시 뇌물성격은 부인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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