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축과 연계 물밑접촉 활발 전망은 불투명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각각 집권 2기 이후 처음으로 20, 21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클린턴 대통령이 지난주 골프여행중 다친 무릎부상으로 하루가 연기된 이번 회담에서는 미·러 양국 및 유럽지역의 안보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의 진전여부에 따라 동서냉전이 사라진 이후 21세기의 안보관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비중있게 다뤄질 의제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대문제다. 폴란드 헝가리 등 과거 바르샤바동맹국에 속했던 중부유럽 국가들의 나토편입에 러시아가 극력 반대, 나토의 지도국인 미국으로서는 7월의 마드리드 나토정상회담 이전까지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할 입장이다.
러시아는 나토에 새로 가입하는 국가들에는 「정치적 회원」자격만을 부여해야하며 「군사적 회원」으로 가입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들 나라에 나토병력이나 기지의 배치를 저지하려는 속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원칙적인 면에서 나토회원국의 자격을 제한할 수는 없다』며 대신 유럽의 안보문제를 논의할 「나토―러시아」의 상설대화기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이것과 맞물려 있는 이슈가 바로 군축문제다. 양국은 2003년까지 핵탄두의 수를 3,500개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제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Ⅱ)을 93년 체결한 바 있다. 미 의회는 지난해 이를 비준했으나 러시아 의회는 아직 비준하지 않아 효력이 발생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나토의 확대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나토확대에 대한 러시아내의 반대여론이 START Ⅱ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때문에 미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측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START Ⅲ의 교섭을 먼저 제안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미 행정부 관리들이 『이번 회담에서 나토문제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7월이후 미·러 관계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헬싱키 정상회담의 전망은 지금으로선 그리 밝지 않다. 러시아는 15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외무장관을 워싱턴에 파견, 헬싱키 회담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미국측과 맹렬한 물밑교섭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은 나토와 군축문제를 연계한 합의안의 기초문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어서 헬싱키 회담의 결과가 반드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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