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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청탁·수뢰·외압때 오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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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청탁·수뢰·외압때 오간 말

입력
1997.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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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은 사과,남주지말고 드시라”/은행장 되면 돈 많이 들 것같아 용돈 준비했다/돈장사하는 사람이니 대출 알아서 처리하라17일 열린 한보사건 첫 공판 검찰신문과정에서 정태수 피고인과 다른 피고인들 사이에 뇌물과 대출, 외압과 청탁이 교환되면서 비유와 은어, 협박성 발언들이 「암호」처럼 오간 것으로 밝혀졌다.

정피고인은 94년 9월 롯데월드호텔에서 건설부장관이던 김우석 피고인을 만나 당진제철소 해안도로공사와 관련한 청탁을 한 뒤 『특별히 「좋은 사과」를 준비했으니 절대로 남에게 주지말고, 집에 가서 드시라』면서 차에 사과상자를 실어주었다. 상자 속에는 현금 1억원이 들어 있었다.

또 전 제일은행장 신광식 피고인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하얏트호텔에서 정피고인을 만났을 때 정피고인으로부터 『은행장으로 취임해 일을 보게되면 돈도 많이 들 것같아 「용돈」을 준비했으니 가져다 쓰시라』는 말과 함께 사과상자를 받았다. 이 사과상자 속에도 2억원의 「용돈」이 들어 있었다.

홍인길 피고인은 95년 6월 정피고인으로부터 산업은행 자금지원이 되지 않으니 김시형 산은총재에게 부탁을 좀 해달라는 말을 듣고는 김 전총재가 아닌 한이헌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에게 청탁했다. 홍피고인은 한 전수석에게 『허허벌판에 말뚝 박을 때는 돈 주고, 공장 다 지어가니 돈 안주는 것은 모순 아이가(아닌가)』라고 「항의」해 정피고인이 산은시설자금 2천7백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또 홍피고인은 95년 11월 제일은행장이었던 이철수 피고인으로부터 한보철강 대출이 어렵겠다는 전화를 받자 『내가 안되는 것을 되게 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신은 돈장사하는 사람이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반협박조로 말했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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