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 예찬론이 다시 요란하다. 고건 신임총리가 취임초부터 규제혁파를 강조했고 강경식 경제부총리도 규제완화를 중점시책으로 내세워 작은 정부를 앞장서 실천하는 모습이다. 문민정부 4년여동안 줄기차게 강조돼 온 것이 규제완화고 재계에서도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지나친 간섭이 창의와 활력을 죽이는 것은 사실이다. 규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것이 경제시책의 최우선적 목표가 돼야한다는 것도 공감을 얻고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규제가 만병의 근원이고 규제만 없애면 만사가 다 순조롭게 풀려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지금은 나라에 중심이 없고 권력에 공백이 생기는 과도적 혼란상태에서 오히려 정부가 일손을 놓고 제 할 일을 하지않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규제가 정부의 기능이나 역할에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작고 강한 정부」가 지향하는 것은 규제를 줄이면서 기능은 오히려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형편에 택일을 하란다면 규제를 줄이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정부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규제를 줄인다며 일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정부의 기능은 갈수록 강화돼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 서러가 말하는 것 처럼 미래를 위한 전략을 입안하는 설계자로서, 또 인프라와 교육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건설자로서 경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 대량실업과 물가불안, 뒤틀린 산업구조와 경쟁력의 추락 등등 당면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규제완화 타령만 하면서 공무원들이 일손을 아끼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작은 정부」 예찬은 재계에 맡겨두고 정부는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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