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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의 「사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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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의 「사과」(사설)

입력
1997.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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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이 한보비리 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지 꼭 20일만에 아들인 김현철씨가 국정개입에 따른 의혹과 물의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이란 것을 발표했다. 「대국민」이란 방식이 적절한지는 접어 두고라도 최고통치권자와 그 아들이 차례로 국민에게 사죄한 것은 개인과 가문의 비극이자 국가적인 비극이라 하겠다. 김현철씨가 국회특조위에 증인으로 출석과 검찰의 재조사에 응하며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다.원래 최고 통치권자의 자녀와 형제 등 친인척들은 혈연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특권도 특전도 있을 수가 없다. 그들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위해 조심스런 몸가짐으로 권력 남용 등의 오해받을 일은 삼가는 것이 도리다.

후진국일수록 친인척들의 권력개입이 만연되어 있다. 이권개입과 인사 등 갖가지 청탁에 의해 엄청난 축재를 함으로써 부정부패가 독버섯처럼 기승을 부린다. 우리의 역대정권중 친인척의 전성시기는 전두환정권때로 친인척들은 경쟁적으로 인사와 이권개입 등에 열을 올렸으며 훗날 10여명이 줄줄이 구속됐다. 5공의 친인척들의 비리를 응징했던 노태우정권 역시 친인척, 특히 부인과 금진호씨 등 처남·동서·조카들이 국정운영 등에 입김을 작용하여 국정을 문란케 하는 실수를 범했다.

김대통령은 4년전 당선 직후인 92년 12월27일 65회 생일을 맞아 자녀와 형제 등 모든 친인척들을 상도동 자택에 모아놓고 5·6공정권이 친인척의 비리로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들어 『나의 개혁작업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며 인사와 이권개입의 절대엄금을 엄명했다. 이어 『너희들에게 온갖 이상한 자들이 접근할 것이며 그들의 말을 들을 경우 자신을 망치고, 나를 망치고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라고 근신을 당부했었다.

그러나 4년간 아들 김현철씨는 마치 「부통령」 「나라의 2인자」처럼 위세를 부리며 중요한 고위직 인사와 멋대로 국정에 개입하는 등 하나하나 드러나는 불법과 비리의혹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수입도 없는 처지에 거대한 조직과 사무실 등을 운영하면서 멋대로 국정운영을 문란케 한 것은 엄중하게 문책돼야 한다. 사과문발표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회와 검찰에서 인사개입과 민방허가 등에 관여, 군요직인사에 작용, 한보비리와의 관련 등 일체의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위법한 부분이 있다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요즘 김대통령은 아들문제에 대해 집권초기 뜻있는 인사들의 유학 등 「외국행 건의」가 뼈저리게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기를 놓쳤다. 아무튼 권력자와 아들이 나란히 사과한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지만 이는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뜻이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친인척의 발호로 치적을 단숨에 멍들게 하고 국가기강을 뒤흔든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엄격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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