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필휘지… 도가 흐르듯『초서의 길에는 도공이 흙으로 다양한 명품을 빚어 내고, 주물사가 철그릇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겪는 변화의 극치가 있습니다』.
한국일보사 백상기념관의 초대로 25일∼4월3일 백상기념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취운 진학종(73)씨는 초서를 서예의 종합예술인 동시에 마지막 도달할 수 있는 필체라고 강조한다. 한평생 초서에 몰두해 일가를 이룬 취운은 이 전시에서 초서로 쓴 병풍과 액자 등 유려한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중국 한대에 생겨난 초서는 한자의 전서와 행서 등의 자획을 생략해 흘림체로 쓴 글씨. 취운은 송·원대의 황산곡, 명의 왕총 등 대가들의 초서를 바탕으로 「취운체」를 개발하고 이를 병풍으로 남겨왔다.
취운이 즐겨 쓰는 글은 시문학의 보고인 「고문진보」 등에 실린 한시. 소동파가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싸움의 내용을 노래한 「전적벽부」, 도연명이 벼슬을 버리고 귀향하기 전에 쓴 「귀거래사」 등이 십곡병풍 위에 일필휘지로 살아 숨쉰다. 이 작품들을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1시간정도. 내용을 모두 암기하고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월담 권영도씨는 이러한 취운의 글씨를 두고 「동양 3국을 통틀어 최후의 초서」라고 극찬했다.
취운은 『요즘 서예전에 가보면 책을 보고 베껴쓰는 글씨가 많다』며 『초서의 매력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변화를 창출함으로써 같은 작품을 오래 쳐다보아도 새로운 미가 솟아나오는데 있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출신으로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취운은 현재도 매일 새벽에 2시간씩 글씨를 쓰고 저녁에는 한문공부를 쉬지않고 있다. 글씨 한자한자를 제대로 쓰기위해서는 정신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하고 문장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이 전시를 계기로 그동안 제작한 병풍작품과 전각, 액자 등 100여점에 달하는 대표작들을 모아 대형작품집을 냈다. 5월에는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이 공동주최하는 도쿄(동경) 초대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취운은 그동안 수차례 국내개인전을 비롯, 중국 상하이(상해) 한·중합동전, 일본신문협회 초대전, 홍콩초청작가전 등 해외전에 참가했고 범태평양미술대전초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병풍작품은 김수한 국회의장 이회창 신한국당대표 김윤환 신한국당고문 조순 서울시장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중증근강홍) 전 일본총리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소장하고 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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