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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민족스포츠 씨름을 살리자/이준희(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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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민족스포츠 씨름을 살리자/이준희(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7.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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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은 우리나라 유일의 민속 스포츠이다.그래서 씨름과 관련한 민담이 많이 있는데 이 민담들의 공통된 주제는 「힘자랑을 하면 망신을 당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최고인줄 알았다가 더 센 사람(혹은 도깨비 등)을 만나 혼난다는 내용이다.

모든 이치가 그렇겠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강자」란 없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최강 자리」에서 밀려나기 마련인데 그것이 스포츠의 묘미이기도 하다. 강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쓰러질 때 팬들은 흥분한다. 프로씨름이 초창기에 인기를 누리는 데는 나와 이만기(인제대 감독), 이봉걸(사업)이 물고 물리는 접전을 펼친게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강자」 이만기를 나나 이봉걸이 넘어뜨리면 관중들이 더 흥분하고 언론도 대서특필하곤 했다. 이런 점에서 지금 프로씨름은 예전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씨름이 인기를 잃은 것은 95년 이태현이 9개 대회를 휩쓸며 독주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경기를 보지 않아도 승부를 뻔히 알 수 있는데 누가 애써 경기장을 찾아 가겠는가.

그러나 이후 김경수가 이태현의 아성을 깼고 지금은 이들 외에 신봉민과 백승일 박광덕 김정필 등 강자들이 즐비해 경기는 승부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결승전마다 「가슴 졸이는」 명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씨름이 나와 이만기 이봉걸이 뛰던 80년대의 인기를 되찾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외제를 특히 좋아한다는 우리 국민들이 야구 농구같은 외래 스포츠에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보다는 언론과 잘못된 스포츠정책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의 스모가 계속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것은 언론의 관심과 국가의 정책적 배려 덕분인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이다. 지면에서 씨름기사는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일본 스포츠신문의 1면을 통째로 장식하는 스모를 보면 『우리 씨름이 저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었던가?』하며 안타까움을 갖게 된다.

여기에 경기악화로 조흥금고 한보철강 세경진흥씨름단이 해체, 혹은 매각위기에 있으니 그야말로 씨름은 풍전등화의 상태이다. 90년대 초 엄삼탁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는 지금보다 우수한 선수가 훨씬 적었지만 인기가 있고 흥행에 성공했다. 또 94년 씨름연맹을 김재기 총재가 맡자 한보와 진로씨름단이 연속 창단되는 등 한차례 붐이 일었다.

그러나 지금은 엄삼탁씨도 없고 김재기 총재의 힘도 예전같지 않으니 씨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식고 말았다.

몇몇 사람의 힘으로 떠받치는 인기는 한계가 있다. 5공시절에 탄생, 외부의 힘을 빌어 발전한 씨름이 지금 휘청거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씨름은 민속 스포츠이다. 「우리것 찾기」가 유행인 요즘 언론과 정부가 씨름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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