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작가 두 얼굴의 합성 등 대상 이면 벗기는 유머와 탐구곽덕준(60)씨는 1937년 일본 교토(경도)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화가이다. 60년대 중반 일본 화단에 등장한 곽씨는 이후 70년대 개념 미술의 영향을 받아 일본땅에서 다채로운 현대미술 활동을 펴왔다. 회화로 시작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업 영역은 회화 설치 판화 비디오 퍼포먼스 등 현대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계량기를 척척 쌓아올린 「10개의 계량기」(국립현대미술관 소장)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 곽덕준씨의 전시회가 4월12일까지 서울 중구 동아갤러리(02―778―4872)에서 열린다.
곽씨의 작품은 그 장르가 워낙 다양한데다 그 양상도 다채롭기 때문에 한마디로 어떤 개념의 작가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를 굳이 추려내자면 존재의 의미, 혹은 정체성이란 조직 내에서의 권력의 방향이나 성격에 의해 언제든 재구성,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권위나 권력에 대한 조소일 수도 있고, 탐구일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60년대 「위선자의 웃음」시리즈물. 여기서 그는 위선자의 웃음에 대한 구체적 표상을 찾아보려 애썼고, 이어 70년대엔 더욱 구체적으로 탐색에 들어갔다. 이후 작품인 「계량기」 「시각과 의식」 「공간」 「이벤트」 「확인」 「소거」 「시점」 「반복」 「무의미」 「곽덕준과 대통령」 「풍화」 「자화상」 등 일련의 시리즈물을 통해 권력의 구체적 실체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계량기 시리즈는 무게를 재는 계량기를 다시 한 번 계량함으로써 「측정자」로서의 계량기의 권위를 부정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타임지 표지에 난 포드, 카터, 레이건, 부시, 클린턴 등 역대 미국의 대통령 얼굴을 자신의 얼굴 반쪽이 비쳐진 거울로 가림으로써 두 인물상의 교묘한 결합을 꾀한 사진작업 「곽덕준과 대통령」 시리즈물 역시 실재하는 권력과 권력의 임의성의 문제를 코믹하게 캐묻고 있다.
결국 그의 작품의 일관된 특성은 대상의 이면을 벗겨 보이는 유머와 고집스러운 반복, 이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가지 특성은 언제나 무채색 이미지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위치는 언제나 그에게 자신의 왜소한 정치적 입지를 되새김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판화 작가로도 이미 국제적 명성을 얻은 곽씨는 66년 이후 10여 차례의 개인전,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의 비엔날레와 국제 벨기에 판화비엔날레 등에 참가했고, 동경판화비엔날레 문부대신상, 서울판화비엔날레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서 몇차례 전시를 가졌지만 데뷔 이후 작품을 망라한 대규모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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