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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의 살신성인/사체 연구용 기증→102명 뇌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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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들의 살신성인/사체 연구용 기증→102명 뇌 해부

입력
1997.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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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퇴치 실마리 제공 ‘일등공신’수녀들의 헌신적 사랑이 의학계 난치의 영역을 좁히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 미국내에서만 400만명 이상을 괴롭히고 있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이 경미한 뇌졸중으로부터 진전됐을 것이라는 연구 보고도 수녀들이 이룬 하나의 결실이다. 12일 발간된 미의학협회(AMA)보에 이를 보고한 켄터키주립대의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는 노트르담수녀원 소속 수녀 678명의 도움 없이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녀들의 역할은 말그대로 「인간 모르모트」. 수녀들은 살아 생전 정기적으로 뇌 검진을 받고 숨지면 자신들의 뇌를 연구용으로 기증하기로 켄터키주립대측과 결연을 맺었다. 대부분 대학이상의 고학력자인 수녀들의 뇌 기능이 퇴행하는 과정과 나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팀에게 큰 소득이었다.

의학계는 그간 노인성 치매의 경우 환자들이 증세가 나타난 후 병원을 찾기때문에 초기 역학조사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남의 시선을 의식, 발병 사실조차 주위에 숨기는 관행도 치매 연구에서 넘어야 할 높은 벽이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위해 수녀들은 자신을 실험용으로 제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 연구팀은 91년부터 숨진 76∼100세 수녀 102명의 뇌를 해부했다. 이 결과 61명의 수녀가 치매로 사망했으며 이중 39명은 사망하기 2주일 이전에 소규모 뇌졸중을 일으키는 등 최소한 한번 이상의 뇌졸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사망자의 뇌졸중은 거의가 뇌동맥혈전 때문이었다. 스노든 박사는 뇌졸중을 일으킨 수녀는 그렇지 않은 수녀에 비해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무려 20배나 높다고 결론 지었다.

이번 발견은 발병 원인조차 모르던 노인성 치매 연구에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본인도 모를 경미한 뇌졸중이 겹쳐 기억 상실과 정신 분열 등 치매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난 이상 「뇌졸중 예방=치매 예방」이란 등식이 성립됐다는 지적이다. 즉 담배를 끊거나 혈압과 당뇨병을 통제하는 기존 뇌졸중 주의 요령을 따르면 치매도 어느정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수녀들의 값진 희생이 불치의 병인 노인성 치매를 퇴치할 작은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노트르담수녀원의 수녀들은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죽어서까지 인류애를 실천할 수녀들의 행렬이 계속 노트르담 수녀원의 문턱을 넘어 설 것이기 때문이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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