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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부츠 신화 막 내리나…/땅값급등으로 돈벼락 사유화 욕구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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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부츠 신화 막 내리나…/땅값급등으로 돈벼락 사유화 욕구 분출

입력
1997.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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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생산·공동분배 평등 원칙도 무너져이스라엘 재건의 원동력이었고 지구상에서 사회주의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동생활촌 키부츠가 변화하고 있다.

키부츠 주민들의 손에는 삽이나 우유 착유기 대신 이제는 컴퓨터가 들려있다. 거주자들 중에는 중노동과 힘든 농사일은 그만두고 대도시로 나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이같은 외형적 변화뿐만이 아니다. 키부츠 존립의 근거인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평등주의 대원칙까지 무너지고 있다. 예루살렘의 트조라 등 일부 키부츠에서는 개인 재산의 사유화를 인정하고 성과급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1909년 팔레스타인 데가니에서 국가창건과 사회주의 실현이라는 기치아래 등장한 키부츠에서는 한때 이스라엘 전체인구의 절반이 생활했으나 현재는 게제르 등 270여곳의 키부츠에서 인구의 2.3%인 10만여명이 거주할 뿐이다. 또한 대다수의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키부츠의 입주를 꺼리고 있다. 48년 의회 120석중 키부츠 출신 의원이 28명에 달했으나 현재 7명만이 의회에 진출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다. 키부츠가 사회에서 맡았던 선도적인 역할은 극우 유대인들에게 넘어간지 오래며 독립전쟁 등에서 보여줬던 국가 방위도 이제는 키부츠의 몫이 아니다. 이같은 키부츠의 변모는 이스라엘의 경제 정치 사회 변화에 기인한다. 경제구조가 농업중심에서 하이테크 산업으로 옮겨가면서 농사위주의 일을 하던 키부츠는 생존을 위해 이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정치기상도의 변화는 이제 키부츠의 영웅적인 개척정신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키부츠 변모의 가장 큰 원인은 갑작스런 부의 증가이다. 최근 급격한 지가 상승으로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키부츠가 하루아침에 엄청난 돈을 벌게됐다. 일부 입주자들은 부동산 매각으로 생긴 이익을 분배하자고 주장하는 등 사유화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엄격하고 절제된 생활과 사회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키부츠는 이제 설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키부츠의 변모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실험은 이방인들의 관심만을 끌 운명에 처해있다고 비아냥 거린다.

그러나 게제르 키부츠의 고문변호사 셸던 슐만은 『향후 5년안에 키부츠는 이스라엘 경제의 기적을 일으킬 기업적인 성격을 띤 조직으로 탈바꿈하겠지만 평등주의 정신은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고 반박했다.<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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