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화 고달픈 현실 잠시 잊으려…”/‘철밥그릇 사회주의’ 향수 인민정서 부합/‘뇌봉을 떠나보낸 날들’ 극장가 강타/등 ‘대별산전투’ 그린영화도 개봉 눈앞최근 중국에서는 공산주의 혁명영웅의 일대기를 묘사한 전기영화가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특히 덩샤오핑(등소평) 사망이후 이들 전기영화는 옛날 「철밥그릇 사회주의」시절의 향수를 깊게 느끼고 있는 중국인민들의 정서에 부합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이징(북경)을 비롯 전국 주요도시에서 상영되고 있는 「레이펑(뇌봉)을 떠나보낸 날들(감독 레이시안허·뇌헌화)」이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최근 이 영화의 인기가 수입영화 「파리정부」를 능가하고 있다면서 입장수입이 200만위안(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민영웅의 한 사람인 뇌는 인민해방군 공병운수대 분대장으로 근무하다 62년 8월 한 분대원이 차를 몰면서 실수로 건드린 빨래걸이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당으로부터 「마오쩌둥(모택동)의 전사」라는 칭호를 받았으며 당시 그의 행동과 순직한 정신이 대중에게 모범이 된다고 평가, 「레이펑을 따르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어떻게 하면 인민영웅으로 부각된 뇌를 호소력있게 전달할까를 고민하던 제작진들은 우발적인 사고를 저질러 뇌를 죽게한 차오안산(교안산)을 찾았다. 제작진들은 교가 술회하는 형식으로 뇌의 인민사랑과 참회, 자살기도 등 30년간 죄책감으로 뒤얽힌 교의 삶을 영화화하기로 하고 교역에 성격파배우 류페이치(유패기), 뇌역에 동향이면서 외모가 흡사한 우쥔게이(오군급)를 맡겼다. 「레이펑…」 외에 덩샤오핑의 역사적인 대전투를 영화화한 「다주안저(대전절·큰 변화라는 뜻)」도 개봉을 앞두고 언론의 높은 찬사를 받고있다.
바이(팔일)영화제작소에서 만든 이 영화는 싼시(섬서)성 다볘산(대별산)전투에서 등·류바이청(유백승)군의 활약을 그린 대서사극. 다볘산 전투는 47년 8월 국민당에 쫓겨 혁명근거지인 옌안(연안)까지 내줘야했던 공산군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중국공산혁명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공산군은 당시 등·유군이 중앙을 맡고 우물 정자 모양으로 국민당군의 보급로를 차단, 포위망을 구축한뒤 처절한 혈전을 벌여 다볘산 고지에 홍기를 꽂았다. 이 전투에서 등은 뛰어난 용병과 책략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웨이롄(위렴) 감독은 『과묵하면서도 말을 할 때면 무섭게 하는 등의 성격을 묘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생전의 등도 이 영화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면서 매년 되풀이해 보 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늘날의 중국인들은 헌신, 청렴, 동지 등의 단어는 이제 옛말로 기억하고 있다. 단지 생존, 자본, 부패라는 단어에 익숙해 있을 뿐이다. 부패추방구호는 연일 들려오고 나날이 커지는 빈부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강하다. 베이징의 한 시민은 『옛날에는 부족하기는 했지만 최소한 먹고 사는 걱정은 안했다』면서 『남들처럼 살려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했다.
최근 이같은 영화들이 중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가 자본주의화한 중국의 고달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서민들의 마음에 다소 위안을 주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윤태형 기자>윤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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