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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람세스’/크리스티앙 자크/‘이집트의 전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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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람세스’/크리스티앙 자크/‘이집트의 전설’과 만난다

입력
1997.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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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3세기 67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파라오/‘십계’ 율 브리너가 바로 그/모세·호메로스와의 우정 등 생생한 신화·풍속적 사실을 해박한 역사지식 바탕으로 절묘하게 배합람세스2세.

기원전 13세기, 1279년에서 1212년까지 67년 동안 이집트를 통치한 정복왕. 이집트 여행자라면 누구나 가 보는 아부 심벨 신전, 룩소르 신전 등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신전들을 1,500㎞에 달하는 이집트 곳곳에 지은 건축왕. 90세로 죽을 때까지 수없이 많은 여인에게서 130명이 넘는 자녀를 두었던 파라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그리스 최고의 시성 호메로스와 교유한 인물. 영화 「십계」에서 모세(찰톤 헤스톤)의 친구이자 그와 대립하는 인물로 인상적 연기를 펼쳤던 율 브리너가 분한 바로 그 파라오. 상형문자를 해독했던 프랑스의 샹폴리옹이 「가장 위대한 정복자, 진리의 수호자인 태양왕」으로 흠모했던 고대 이집트인.

더할 나위 없는 소설적 인물이다.

프랑스의 이집트학 박사이자 소설가인 크리스티앙 자크(50)가 이 람세스2세를 소설로 되살려놓았다. 95년 가을 프랑스에서 출간된 후 드물게 200만부가 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그의 소설 「람세스」 1권 「빛의 아들」이 김정란 상지대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문학동네간). 문학동네는 이달부터 각권 400쪽 분량의 이 소설 5권을 매달 1권씩 차례로 펴낼 계획.

작가는 양부의 손에서 자라다 14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친부인 파라오 세티 앞에서 대를 이을 왕자로서의 능력을 시험받기 위해 야생 황소와 싸움을 벌이는 람세스의 모습으로부터 소설을 시작한다. 비록 황소를 때려잡지는 못했지만 「지혜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첫번째의 적, 공포」를 물리친 것을 인정하며 람세스의 머릿단을 잘라주고 후계자임을 인정하는 세티. 람세스는 그에게서 파라오의 길에는 「이집트 사막의 모래알보다도 많은 적들」이 있을 것임을 배운다.

후에 람세스2세가 평생 사랑하는, 지금도 이집트 유적지 곳곳에 그의 석상과 나란히 그 입상·좌상이 서 있는 왕비 네페르타리와, 히브리인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람세스와의 우정을 쌓아가는 모세, 트로이전쟁 후 이집트에 머물며 역시 그와 우정을 나누는 호메로스가 차례차례 주인공으로 등장해 함께 람세스의 일대기를 엮어 나간다.

작가는 이런 서사적 재미와 함께 해박한 역사적 지식에 바탕한 생생한 신화·종교·풍속적 사실들을 잘 얽어놓아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교양욕구를 충족시킨다. 생동감 넘치는 서술과 적절한 심리 묘사, 영화대사 같은 짤막한 대화들의 적절한 배합이 그 장치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오벨리스크를 세워두고 이집트에 대한 동경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프랑스인들. 그중 한 사람인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는 소르본느대학에서 철학과 고전문학을 전공했으나 고고학과 이집트학으로 방향을 바꿔 박사학위를 받은 이집트광. 87년 첫 소설 「이집트인 샹폴리옹」이후 「태양의 여왕」 「투탕카멘 사건」 등 이집트를 무대로 한 일련의 소설과 에세이들을 잇달아 발표해 그때마다 성공을 거뒀다.

「람세스」는 올 1월 제5권 「제왕의 길」까지 석달 간격으로 1권씩 출간되면서 2년이 넘게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프랑스에서 이같이 단기간에 독자를 사로잡는 베스트셀러가 나온 것은 프랑스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후 초유의 기록이라고.

이집트어로 라(Ra)는 태양, 람세스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의미. 람세스 2세의 미라는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집트를 여행하는 이들은 어디서나 그를 대면하게 된다. 최근 출간한 이집트 여행기 「사막에 묻힌 태양」(학고재간)에서 작가 최수철씨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이집트에 관한 몇가지 책자를 참고하는 동안, 나는 람세스2세라는 이름과 수없이 접하게 되었다. 정치나 외교 면에서의 판단을 보류하더라도, 그는 아부 심벨이나 룩소르, 아비도스 등과 같은 주요 도시 곳곳과 심지어 인근의 다른 나라에서도 놀라운 규모의 대역사를 일으키고 성공리에 마쳐서 그 이름을 오늘날까지 드높이고 있었다… 여하튼 나로서는 이번 여행에서 람세스2세와의 만남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게 어떤 남다른 인격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할 것 같았다』고 적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 소설의 성공을 「세기말 프랑스 출판계의 대사건」 「이집트 마니아 현상」으로 표현하고 있다지만 최근 국내에서 각종 이집트 관련 출판물들이 일종의 유행을 이루고 있는 현상도 재미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와 대스핑크스가 이제껏 알려진 것처럼 기원전 2,500년 전후의 것이 아니라 1만500년 전에 건축됐으며, 단순히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우주적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신의 지문」 「창세의 수호신」(까치간) 류의 책들이 그것. 문명의 기원에 관한 문제는 늘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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