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관원 ‘필담’ 보안/중국 공안원들 초긴장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의 제3국행이 초읽기에 돌입한 16일을 전후해 베이징(북경)의 내외신기자들은 주중 한국대사관과 중국 외교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고 있다.
특히 15일 도밍고 시아존 필리핀 외무장관이 한·중 양국으로부터 필리핀 경유를 요청받았으며 이를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필리핀행 항공편을 예약하고 공관 전화번호 등을 챙기는 등 동행취재에 대비했다. 베이징에서 필리핀 마닐라로 가는 중국 항공편이 상오 7시50분에 홍콩을 경유하는 편이 있자 황비서가 영사부를 떠나는 시간을 새벽 2시부터 6시라고 설정, 밤샘을 하는 기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극비작전이 돼야 할 제3국 경유문제가 공개되자 진의가 어디 있는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비서는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를 떠나 잠비아대사관을 통과한 후 둥(동)3환로를 거치거나 산리툰(삼리둔)중로를 통해 동직문외대로를 통해 빠져 나갈것으로 예상된다.
황비서는 일반승객이 이용하는 셔두우(수도)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난위안(남원)이나 시자오(서교)공항을 이용, 귀빈실에 머물다 항공기에 탑승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영사부에서 공항까지는 불과 15분거리로 취재진을 따돌리고 이송작전을 전개할 경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20∼30분이면 충분하다.
○…15일 시아존 필리핀 외무장관의 제3국 경유지 허용용의발언은 외교관례로 볼 때 이미 경유지로 확정된 것으로 봐도 좋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분석.
한국과 중국은 황비서 망명 경유지를 동남아 2∼3국에 요청했으나 이들 국가들이 이미 상호의사타진을 거쳐 필리핀이 확정됐기 때문에 이같은 사실을 흘렸다는 것.
○…황비서의 3국행이 임박하자 한국대사관측은 함구령이 내려진 가운데 검은색 007가방 2개를 구입해 반입했고 옷가지 등도 마련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모 공사는 15일 이발을 해 모든 준비가 끝나 황의 출국 순간만 기다리는 모습. 최근 들어 황비서와 한국 공관원들간의 비밀 회담은 보안을 의식, 모두 필담으로 이뤄졌다.
정종욱 주중대사는 이번 사건으로 심한 감기 몸살을 앓는 등 파김치가 된 모습. 특히 부임하면서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 심적 고통이 대단했음을 암시했다. 한편 중국공안당국은 16일부터 한국 영사관 주변 경계를 한층 강화,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막판 테러에 대비하기도.<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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