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화” 여 경선전쟁 불붙는다

이회창 대표체제의 출범으로 신한국당 경선구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여권내 대선주자의 한사람이었던 이대표가 당의 얼굴이 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자,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회창 대세론」에 제동을 걸기위해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이대표의 등장으로 그동안 춘추전국시대로 표현되던 경선구도는 압축, 친이회창(주류), 반이회창(비주류), 중립세력으로 3분화하는 양상을 띠고있다. 이런 양상이 계속될지, 더 분화할지 아니면 압축될지는 적어도 1개월이내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이회창 대세 굳히기/우호적 의원들 포용작전 박차/당내 세 우위 확보

전국위가 열린 13일 저녁, 이회창 대표의 핵심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더이상 비밀리에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 이날 참석자들은 곧바로 공개됐다.

변정일 강용식 김영일 황우려 의원 등이 바로 이회창캠프의 주축멤버들이다. 이 시각 고흥길 비서실장을 주축으로 한 광화문캠프의 실무진들도 대책회의를 갖느라 분주했다.

측근 의원들이나 광화문 캠프가 논의한 테마는 「이회창 대세론」이다. 「이회창 대세론」은 크게 당내 세 우위 확보, 다른 주자들과의 연대,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확보, 사회 각계 지지층 확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른바 범주류연합을 형성, 대세를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세우위 확보전략은 우선적으로 우호적 의원들을 적극적 지지대열에 합류시키고 다른 주자 쪽에 서있는 의원들을 중립지대로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심을 이대표 지지로 확실하게 묶어두고 이를 드러나게해 사실상 대표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김심을 바탕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김윤환 고문과 이홍구 전 대표 이수성 고문과 연대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외곽에서 지원하기 위해 사회 각계의 명망인사들을 추대위나 자문단에 포진시켜 기세를 제압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대세몰이에 나서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표측은 다른 주자들이 반이회창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에 대비, 경쟁주자들을 직접 설득하는 승부수도 극비리에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영성 기자>

◎반이회창그룹 전략/이 대표 대세 차단/‘공정경선’ 고리로 점차 연대 움직임

반이회창 전선은 박찬종·이한동 고문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등을 중심으로 형성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후보단일화 문제를 떠나서 일단 공정경선을 주장하는 제휴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표 프리미엄」을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이유때문이다.

벌써부터 이고문과 박고문은 심리적 연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열린 전국위에서 박고문이 『기분이 좋지 않겠다』고 말을 건네자 이고문이 박고문의 손을 꼭 잡았다는 후문이다.

박고문은 『공정경선을 위해서는 이한동 고문, 김덕룡 의원 및 서석재 의원 등 민주계와 손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한동 고문측도 민정계 인사 등 비판적 보수성향 인사를 규합하고 있으며 『경선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주자들과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룡 의원은 민주계 좌장격인 최형우 고문이 뇌졸중으로 입원중이어서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우선 민주계를 결집하는 작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의원측도 『일단 공정한 경선관리를 촉구하는 연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계는 김의원 등을 민주계 단일후보로 내세우든지, 제3의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가 이대표 또는 제3후보 지지 등으로 사분오열될 가능성도 있다.

이인제 경기지사도 이대표체제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비주류 연대전선에 합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김광덕 기자>

◎중립그룹 입장/가능성 열어둔채 “흐름 지켜보자”

이홍구 전 대표와 이수성 전 총리 등은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고 있지않아 중립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 전대표는 이대표 취임에 대해 공식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으나, 측근들의 반응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있다. 이홍구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이회창 대표쪽과 비슷한데다 대표부상의 프리미엄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전대표측은 그러나 『대표가 됐다고 해서 경선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며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경선구도가 명확해 질 것』이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시간을 벌면서 지지세를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수성 전 총리의 입장도 이 전대표와 큰 차이가 없다. 이 전총리측은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단은 이대표의 부각으로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이 다소 약해졌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총리측도 역시 『기다리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설정할 가능성과, 비주류 연대에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정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