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가장 잘 아는 것도 부모이고, 가장 모르는 것도 부모다」-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 등이 말한 금언이다. 부모가 자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낳아서 온갖 정성을 다해 길렀으니 당연할 일이다. 그러나 너무 가깝다는데 함정이 있다. 사랑에 눈이 어두워지는데다 부자는 더 없이 가까운 관계라 자식을 알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는다.나라가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의 각종 설과 의혹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때라 이 말의 의미가 날로 새로워진다. 김현철씨를 둘러싼 의혹은 한보사태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한보사태는 한 재벌과의 관계지만 지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려오고 있는 각종 국정개입설은 국가통치와 관련되는 행위로 나라의 기본을 뒤흔드는 문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 해답은 대통령이 아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데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알았다면 취임 초기부터 아들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았겠는가. 오히려 아들을 신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주게 됐다. 아들은 이를 배경으로 분수에 넘치는 행동을 해 오늘의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인생에 있어 비극의 제1막은 부자가 된 일로부터 시작된다」는 일본 소설가 아쿠타가와(개천룡지개)의 말은 사태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자리가 항상 어렵고 비장한 자리란 해석이 뒤따랐는지 모르지만 오늘의 사태를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이번 사태는 역으로 김현철씨도 대통령인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뜻한다. 대통령이란 공직의 무서움을 너무 몰랐다. 지난번 검찰조사를 받고 나오며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했지만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지금도 그 죄송한 마음이 남아있다면 결자해지의 자세로 청문회 출석등 그가 한 행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아들을 멀리 내치고 아들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고 비통한 심정에 사로잡혀 있을 아버지에 대한 아들로서의 도리라고 할 것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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