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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저투자 한국교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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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저투자 한국교육(사설)

입력
1997.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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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한국교육의 지표」를 보면 우리 교육의 명과 암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가를 극명하게 증언하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관련 통계자료를 선진외국과 비교분석해 제시한 이 지표는 한국교육이 겉모양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이거나, 오히려 앞선 측면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교육비 투자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그래서 교육현장의 교육여건은 낙후돼 있다. 교육내용 또한 부실해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로 증언하고 있다. 우리가 「96한국교육의 지표」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개혁과 교육정책의 방향이 이 지표가 제시하는 우리 교육의 어두운 측면을 밝은 측면으로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국민들의 고학력화 측면에서는 벌써 선진국을 앞질렀다.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지난해 78.9%, 올해는 79.4%를 넘어섰다. 우리가 지난해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의 평균진학률을 훨씬 상회한 것이다. 고등교육 무제한 개방정책을 쓰는 미국 수준에 육박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국민들의 고학력화 추세는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이 크다는 데서 우리 교육의 자랑거리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3D업종의 취업기피 현상이 그 대표적 역기능인 것이다.

고학력화 추세는 이처럼 심화했는데 반해 유치원 취원율은 40% 미만이다. 아직도 공교육 테두리속에 들어 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교육의 어두운 측면을 가장 절실하게 대변하는 것이다. 어두운 측면은 이밖에도 많다. 공교육비가 GNP의 5.5%밖에 안될만큼 정부의 교육투자는 여전히 빈약하다. 반면에 사교육비가 17조4,000억원(94년)으로 공교육비보다 많아 GNP의 5.7%에 이른다.

아직도 우리 교육은 학부모들의 호주머니에 의존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이러한 교육비 투자부실은 학급당 학생수를 과중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학급당 초등 35.7명, 중등 46.5명, 고교 48.9명 수준은 OECD국가의 평균치인 초등 18.5명, 중·고교 16.6명과 비교하면 우리의 국민기초 교육현장이 얼마나 열악한가를 가늠하게 된다.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초·중등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업시간은 세계 최고다. 초등학생은 1,085시간, 중·고교는 1,156∼1,330시간이다. OECD평균인 초등 818시간과 중등 688∼760시간보다 훨씬 많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선진국들이 초·중등학생의 수업시간을 가급적 줄이는 교육정책의 배경을 참고는 할만한 것이 아닐까 한다. 교육당국은 「96한국교육의 지표」가 드러낸 교육의 문제점들을 연례적으로 나온 통계쯤으로 봐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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