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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바로세우기의 시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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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바로세우기의 시동(사설)

입력
1997.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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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철강부도사태는 금융계 등 경제계는 물론 권력의 핵심부까지 강타, 엄청난 파란을 가져왔다.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미증유의 대가를 헛되게 하지 않게 하기위해서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마디로 한보사태와 같은 정경유착형 대형금융스캔들의 재발방지다. 과거에도 「박영복사건」 「이·장사건」과 같은 대형금융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방지책이 마련됐으나 별로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나라 안팎의 경제환경이 달라 대형금융사고의 충격이 훨씬 크고 파괴적이다.현재 정부에서는 은행감독원이 방지책을 내놓았다. 첫째 여신위원회제도를 도입, 지금까지 은행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왔던 거액여신에 대해 위원회가 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5대 및 10대 계열기업군 소속기업체에 대한 대출금점유율이 은행 전체대출금의 일정비율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것을 동일계열기업군에 대한 여신이 은행자기자본의 일정한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셋째는 대형투자사업에 대해 프로젝트 파이낸싱기법을 활용, 자금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고 넷째는 제1, 2금융감독기관간의 정보공유 및 감독공조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책들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금융권에서는 이미 실시돼 오고 있는 것들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이제야 허겁지겁 내놓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금융계가 낙후돼 있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늦은 것은 개혁안이 가까운 시일안에 효율적으로 정착이 된다면 충분히 보상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운영이다. 은행의 최고책임자들인 은행장들이 제도 및 관행개혁을 취지에 부합되게 운영할 각오와 자세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한보사태도 제도가 나빠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여신위원회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은행장들이 위원들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 지배력이 있으면 역시 지금처럼 「황제」로 군림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계열기업군 여신제한도 마찬가지다. 편법적인 한도조작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은행장들의 의식과 행태가 바꿔져야 한다.

은행의 장으로서, 직업적 금융인으로서, 외압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책임경영에 투철해야 하고 또한 불굴의 긍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엄청난 외압에의 저항책임을 은행장 한사람에게 지우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따라서 정경유착에 의한 대은행 압력을 제거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겠다. 뭣보다도 법집행이 보다 준엄해져야겠다. 권력형 금융비리에 대한 검찰권의 행사가 법대로 이뤄져야겠다. 정치권력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우선은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자체의 자기희생적 소명의식이 요구된다 하겠다.

은행자율도 어느 의미에서는 쟁취해야 한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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