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녹음테이프 왜 여태 숨겼나 의혹/“증거물 훔친행위 자체도 옳지않다” 지적시민단체의 대표격인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사무총장 유재현)이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인사개입 폭로 사건」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실련의 비리조사 책임자가 현철씨의 YTN인사개입 통화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훔친 뒤 은폐한 것은 시민단체로서 도덕적 책임과 함께 대국민적 공신력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힐 수 밖에 없다.
당사자인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양대석 사무국장은 결정적 물증인 비디오테이프를 『불순한 의도가 엿보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소지가 있어 폐기했다』는 거짓말로 언론을 따돌리려고까지 했다. 유총장은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후 사실확인을 위해 그동안 발표를 미뤄왔다』고 변명했지만 양국장은 이미 오래전에 사실확인을 마친 상태였다.
경실련은 유총장과 양국장의 허술한 해명 이후 특정세력과의 결탁 등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등 도덕성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자 13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경실련이 공개한 현철씨 녹음테이프, 현철씨가 기관으로부터 보관받은 입증자료 등은 비디오테이프를 제외하고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것이어서 경실련이 모종의 목적으로 발표를 기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게하고 있다. 유총장은 이와 관련, 『현철씨가 보고받은 모기관자료는 12일 하오에야 양국장을 추궁,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양국장 외에 경실련의 어느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경실련이 조직관리를 얼마나 허술히 해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양국장이 녹음테이프를 입수한 시기는 지난해 12월말. 그러나 무려 두달이 지난 다음에야 총책임자인 유총장에게 입수사실을 밝혔고 입수경로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또 비리조사의 총책임자인 양국장은 녹음테이프마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유총장에게 알리지 않고 폐기해 경실련은 조직의 기본체계나 질서조차 잡혀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익 목적이었다고는 하나 제보자로부터 증거물을 훔친 것 자체가 시민단체의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89년 창립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실추된 도덕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정진황 기자>정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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