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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북 지도부의 동요(외신에 비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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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북 지도부의 동요(외신에 비친 한국)

입력
1997.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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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Frankfurter Rundschau 3월12일자중국은 한국이 황장엽의 망명을 정치선전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제3국 경유 한국행」을 허용할 방침인데 한국은 일단 이 조건을 거부했다. 중국의 이러한 결정은 지난 주말 베이징(북경)을 방문한 북한의 김영남 외교부장과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의 회담 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는 지난달 12일 일본에서 주체사상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후 귀국하던 길에 베이징주재 한국대사관으로 망명했다. 이는 중국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중국이 그를 조건없이 출국시키면 그렇지 않아도 긴장된 북한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며 만일 황의 출국을 거부한다면 한국 일본과의 관계가 거북해진다.

일본 체류중 황을 만났던 한국문제 전문가 고지마 게이오(경응)대교수는 북한이 김일성 사망후 식량난 등으로 자력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둔 주체사상에서 멀어졌음을 확인했다. 오코노기 게이오대 교수는 2년전부터 「주체」는 점차 「김정일 뒤에서 단결」이라는 구호로 대체되고 있으며 특히 몇달전부터는 주체라는 구호를 더이상 들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에는 군부를 중심으로 한 대남 강경노선과 식량원조, 핵문제 등으로 접촉했던 미국과의 관계개선 접근이라는 노선이 대립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북한으로서는 미국 이외의 다른 파트너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외무부는 이러한 노선변화를 바탕으로 최근 북한에서의 권력변동을 해석하고 있는데 정무원총리 경질과 인민무력부장 사망이 계기가 된 인사조치는 이러한 변화에 상응하고 있다.

일본의 한 한국문제 전문가는 황장엽의 망명으로 북한지도부 전체가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의 북한 권력서열은 26위에 불과했으나 그가 기초했던 주체사상으로 김정일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를 지도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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