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폭발 무릅쓰고 강아지까지 구하는 감동없는 ‘할리우드물’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눈요기를 위해 엄청난 돈을 들인 특수효과. 월남전에서는 대량살상을 서슴지 않았으면서 강아지 한마리를 구하기 위해 영화전체가 법석을 떨고 수많은 인간들이 목숨을 거는 할리우드 오락물. 이같은 영화문법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많다.
올해 쏟아질 할리우드 재앙영화의 선발주자인 로저 도날드슨 감독의 「단테스 피크」(22일 개봉). 가공할 액션은 「인디펜던스 데이」나 「그날 이후」의 볼거리를 능가한다.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화산, 그것에 무력한 인간들이 맞이할 엄청난 재난이 영화를 팽팽하게 만든다. 그러나 마치 전자오락처럼 그것 뿐이다. 과장되고 유치한 생명 존중사상만이 감동과 박수를 강요한다. 자연 재해가 주는 교훈도, 심각함도 보이지 않는다. 할리우드에서는 인류가 경계해야 할 천재지변도 멋진 쇼이다.
시애틀 동부에 자리잡은 미국에서 두번째로 아름다운 작은 도시로 뽑힌 단테스 피크. 미국 지리원의 해리 박사(피어스 브로스넌)가 도착해 인근 휴화산에 폭발징후가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4년 전 화산폭발 현장에서 애인을 잃은 상처를 갖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투자자들의 눈을, 해리의 상급자는 여론을 의식해 이를 무시한다. 영화는 그래야 뒤에 발생할 비극을 보다 확대시킬 수 있다. 유일하게 여시장 레이첼(린다 해밀턴)만이 그를 믿는다. 해리와의 사랑을 위해 그는 당연히 두 아이의 어머니인 이혼녀야 한다. 급기야 재앙은 시작되고 마을은 혼란과 죽음에 휩싸인다.
해리의 역할은 마을 전체의 재앙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단지 이유없이 피난을 거절한 무모한 할머니를 데리러 산골 외딴집으로 찾아간 레이첼의 바보같은 두 아이를 구하는 것이다. 용암 위로 용감히 차를 몰면서 아이들이 아끼던 강아지까지 구한 그는 폐탄광으로 돌진한다. 함몰된 탄광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이들을 영화는 「위대한 인간승리」라고 하지만 미국 개봉 첫주에서 재개봉된 낡은 SF(공상과학)필름 「스타워즈」에도 밀릴 만큼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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