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 최초로 8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월 소잉카(62)가 12일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에 의해 반역혐의로 궐석기소됐다. 국민들에게 납세거부와 테러를 선동했다는 게 이유다. 재판결과는 5월께 나올 예정이지만 군정당국의 각본에 의한 재판에서 그가 사형판결을 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이 소식을 접한 소잉카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조국의 독재자에게 응수했다. 『군사정권이 내 목숨을 노리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미 여러달동안 생명의 위협속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위험을 감수할 것이다』
소잉카는 30여년간 나이지리아의 전체주의 통치를 세계에 고발하고 국민들의 불복종·저항운동을 지도한 아프리카의 대표적 지성인이다.
영국에서 수학하고 활동을 시작한 문학·연극인이었던 그가 투사로 변신한 것은 65년 반봉건·반독재 봉기를 촉구하는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부터. 조국의 라고스 대학에서 문학을 강의하며 극단 「마스크」를 설립했으나 정치현실은 그를 예술인으로만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2차례의 투옥과 6년간의 해외망명을 거쳤던 그가 또다시 조국을 등지고 영국 망명길에 오른 것은 94년 11월. 오랜 군부독재끝에 찾아온 문민정권을 83년 6월 사니 아바차 장군이 쿠데타로 뒤엎은지 1년만이었다.
망명후 소잉카는 유럽에서 「나이지리아 민족해방회의」를 조직해 지도하면서 단파방송을 통해 동포들에게 민주화의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아울러 그는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에 대한 석유금수 등 경제제재도 서방에 촉구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의 전통과 인간애를 향한 자신의 역정을 녹여넣은 「제로형제의 재판(61)」 「제로의 변신(73)」 등 10여편의 희곡과 「통역자(64)」 「혼돈의 계절(73)」 등 소설을 발표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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