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혐의가 있는데도 수사검찰이 팔짱만 끼고 있을 때 그런 검찰은 있으나 마나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수사결과 죄를 밝혀내고도 사법적 응징을 하지않고 덮어버릴 때 법치주의는 사라지면서 국정도 표류할 수 밖에 없다.이런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기본원칙을 우리가 새삼 강조하는 것은 지금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김현철씨 국정문란 혐의사건에서 그런 상식들이 도무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비리혐의는 단순한 인척정치(Nepotism) 해악의 수준을 넘어 총체적·조직적 국정문란 사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의사 박경식씨에 의한 폭로와 경실련이 어제 공개한 녹음 테이프 등으로 말미암아 구체적 모습마저 드러내기 시작한 그의 혐의에 대해 이제 검찰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 수뇌부가 어제 비로소 수사를 지시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검찰이 수사해야 할 혐의들은 분명하다. 현철씨가 지난 대선과정에서부터 가동된 비선조직을 김영삼 정부출범후에도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청와대·안기부·군 등의 인사·정책 등 국정전반을 간섭하고 재계와 금융계·국공립기관·언론계 등에 인맥을 심어놓고 활용했고 정권 재창출마저 기도하는 등 지난 4년간 사실상 국정을 주도해왔다 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혐의 전반을 빠짐없이 망라해야 할 것이다.
헌법과 국가조직이 엄연한 나라에서 아무 직함도 없는 그가 저지른 무소불위의 그런 영향력이야말로 바로 총체적 국정과 국헌 문란의 중죄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공권력을 대표해 그런 비리를 발본해야 할 검찰마저 그에게 비공식 보고 채널을 가동해 왔다는 사실마저 차츰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같은 국정 개입이야말로 헌법은 물론이고 형법·정부조직법·특가법상의 국헌문란, 알선수재, 공갈, 공무집행방해 등등 온갖 실정법을 위반하는 혐의를 지닌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이 수사착수를 주저하며 내세운 이유란 이 사건을 단순비리 정도로 여겨 금품을 주고 받는 등의 구체적 증거없이 설만으로 수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설혹 그런 검찰의 주장을 인정해 준다 해도 구체적 증거까지 나온 마당이기에 검찰은 이제 그 테이프를 만든 박경식씨와 공개한 경실련 관계자, 그리고 발원의 주인공 현철씨를 불러 조사하는 것에서부터 지금 당장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드러나고 있는 온갖 국정개입 행위에 관련된 그의 혐의는 물론 공직자들의 관련혐의(공무상 비밀누설죄 등)를 광범하고 철두철미하게 파헤쳐야 마땅하다.
최근 설땅을 잃어 내부에서 자성의 소리마저 터져나온 우리 검찰이다. 총체적 국정문란 비리를 소상히 밝혀냄으로써 국법질서도 살리면서 검찰의 자성을 행동으로 실증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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