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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만이 문제인가(공연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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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만이 문제인가(공연읽기)

입력
1997.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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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숭동 대학로에 외설연극이 판을 치고 있다. 극장 밖에서는 그 어느 동네들처럼 「삐끼」마저 등장하여 호객행위를 한다. 그것을 보다못해 「정통」 에로연극으로 맞대항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한 단체도 있다고 한다.동숭동이 왕년의 지성의 산실이었다는 것은 그렇다치고 한국연극을 대표한다는 거리가 어찌 그 모양이 되었는가. 벌써 몇 년째 한탄의 소리와 더불어 갑론을박이 있어도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논점의 갈피를 찾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으레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질문이 되풀이된다.

외설을 표방한 예술은 어찌할 것인가. 피카소의 경이로운 춘화들은 대체 어느 범주인가. 더욱 딱한 것은 외설 여부를 노출의 정도로 따지는 일이다. 그림이든 필름이든 완전노출된 것은 노출의 목적이나 저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음란물로 여겨진다. 그러고 보면 전국의 미술대학에서 하는 행위는 외설이 된다. 실제로 어느 대형서점 미술서적코너에서 「누드 포즈집」을 찾으니 겉표지에 「이 책은 성인용이므로 열람을 금합니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선 패션모델 뽑는다고 10대 소녀들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화장을 시켜 군중 앞을 걸어다니게 하면서 너도나도 감탄하고 칭찬하고 축하한다.

동숭동의 문제점 중에서 외설문제는 다른 성인문화 문제와 함께 따로 다루어져야 한다. 몇몇 도덕관이 투철하다는 사람들이 「우리 판단을 따르라」하거나 해장국집처럼 「정통」이나 「원조」로 대치한다고 일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동숭동 연극의 정말 심각한 문제는 작품의 품질이다. 엉망으로 만들어진 공연물들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은 몸 속의 영양상태를 향상시켜 부스럼을 고치는 데 모두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의식있는 작품을 쓰는데 게으르고 만드는 사람이 성의를 다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초적 신경만을 자극하는 것이 어찌 외설극 뿐이랴. 예컨대 음악에 있어 노래방문화는 포르노보다 나을 것도 없다. 그런데도 청소년부터 국회의원까지 손뼉치며 노래방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은 저질문화도 그 것대로 필요성을 인정하고 반면에 의식있는 공연장에서 수준높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지원하는 일이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려 해도 새로운 작품을 찾기 어려운 판국에 외설연극에 경찰이 개입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역시 말초적인 질문에는 대답하기조차 피곤하다.<조성진 예술의전당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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