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장고」끝에 이회창 고문을 신한국당 새 대표로 지명했다고 청와대는 13일 설명했다. 김대통령이 「각별히 고심했다」는 것이다. 정국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만큼 새 대표 인선이 쉬울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선택이 이대표로 결론났기 때문에 「장고」는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사실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선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대표발탁이 곧 대통령후보 지명으로 인식될 상황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동안 정권재창출에 강한 자신감을 가져왔던 김대통령은 이대표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설명이었다.
당정개편 과정의 흐름을 분석해 볼 때 김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대표만을 염두에 두고 장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 박경식씨의 녹음테이프 공개로 현철씨 문제가 확산되자, 이대표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상황때마다 특유의 허 찌르기로 반전을 도모했던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대표만큼 현실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카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대선 등을 향한 장기포석으로 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비상수단으로 이대표의 국민적 이미지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김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후 그를 중용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표는 위기해결을 명분으로 김대통령에게 최악의 결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상황까지를 고려하고 그를 선택했는지는 분명치 않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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