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해명성… 이번엔 본격수사 될 것”검찰수뇌부는 13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본격 조사방침을 결정하기까지 며칠동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고위간부들은 한보사건 수사이후 검찰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최근 박경식씨의 현철씨 국정개입의혹 폭로사건마저 터지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권력핵심에 있던 실세장관·의원들을 구속했는데도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하는 풍토가 야속하다』고 언론을 원망하던 이들은 야당의 현철씨 재수사공세가 거세지고 여권에서조차 현철씨 문제에 대한 「전향적」 의견이 개진되면서 「현철씨에 대한 사실상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12일 하오부터 감지됐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현철씨 의혹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 대검간부가 퇴근무렵 총장실에서 현철씨 문제에 대해 장시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검찰이 현철씨 국정개입의혹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시기를 놓치고 여론에 떠밀려 수사에 착수할 경우 설 자리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총장은 그후 여러 공적·사적 채널을 통해 여론을 파악하면서 검찰의 향후 방침에 대해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상오 출근한 김총장은 최명선 대검차장과 최병국 중수부장을 불러 수사착수를 최종 지시했다고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전했다.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한 중수부는 현철씨에 대해 보도된 내용을 분석하고 새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점검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현철씨 조사에서 확보된 증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수사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보 정보근 회장을 비롯한 재벌 2세 경영인과의 관계, 현철씨의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중·고교 동창 박태중씨의 역할, 박경식씨가 폭로한 인사비리의 진위여부 등이 1차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수부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번 조사는 현철씨가 참고인 자격이었지만 이번 수사는 신병처리도 될 수 있는 본격적인 수사』라고 말해 현철씨가 소환되면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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