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개입만으론 죄 안돼… 범죄혐의 있어야”검찰이 12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정부요직·언론기관 인사개입 의혹이 잇달아 폭로됨에 따라 김씨와 관련된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착수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검찰은 11일 현철씨와 한보그룹 정보근 회장간의 유착설이 보도된 직후 정씨와 리츠칼튼호텔 헬스클럽 책임자를 소환조사해 『사실무근』임을 선언한 뒤 겉으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경식씨가 제기한 정회장의 헬스클럽 회원권 제공의혹의 경우 그동안의 수사결과와 완전히 달라 진위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그의 주장이 완전히 허위로 드러난 마당에 더이상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인사청탁만으로 죄가 되느냐』며 『청탁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있어야 검찰이 할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의 이같은 태도속에는 당장 현철씨 의혹전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여론에는 부합할 지 몰라도 결국 수사결과는 더 큰 비난이 쏟아지게 되는 결론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철씨가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고 한들 돈을 받고 했겠느냐』며 『이번 의혹은 수사보다는 국정조사 등에서 규명될 성질』이라고 불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검찰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철씨의 인사개입이 죄가 되느냐 여부를 떠나 이번 의혹의 확산을 진정시키기 위해 검찰이 현철씨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사태로 진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더 이상 검찰이 현철씨 문제에 질질 끌려다니다가는 검찰의 명예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실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같은 내외적 요구가 점증할 경우 검찰로서는 억지 춘향격으로 현철씨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도 이같은 점을 의식, 현철씨의 인사개입 및 이권개입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현철씨 뿐아니라 현철씨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소문확인 작업에 나서는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듯 한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아들에 대해 사법처리할 수 있음을 밝힌 마당에 검찰이 현철씨의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사법처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비리의혹을 폭넓게 조사, 금품수수 등 비리가 포착되면 즉각 소환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철씨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시기와 강도는 박경식씨나 제3의 인물이 범죄혐의가 될만한 증거를 제시하느냐 아니면 검찰 스스로 방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김승일 기자>김승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