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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없는 조사」 결단할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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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없는 조사」 결단할때(사설)

입력
1997.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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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민들은 잇달아 드러나는 김현철씨의 고위직 인사와 국정개입 의혹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황태자 운운의 숱한 세도설로 눈총을 받아왔는데 하나하나 그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분명히 최고통치권자로 대통령만을 선출했는데 그렇다면 국민이 뽑지않은 부통령이 4년간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얘기 아닌가. 만일 숱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기를 뒤흔들고 국헌을 문란케 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김대통령은 4년전 5·6공정권때의 고질병이었던 친인척들의 처신에 대해 감동적인 약속을 했다. 취임하던 그해 정초 언론과의 회견에서 『나는 아들을 비롯, 친인척들을 모아놓고 문제를 일으키면 보통사람 이상으로 가혹하게 처벌, 감옥에 넣겠다. 앞으로는 절대 이권과 인사에 끼여들지 말라고 했고 모두가 굳게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은 『나도 아들과 친척들의 청을 받고 이권과 인사를 결정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철칙을 무서울 정도로 지키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아들 김현철씨는 그동안 어떻게 처신했는가. 보도대로라면 장·차관과 국영기업체장 등 정부 고위직 인사는 물론 언론계·여당, 군인사 등에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청와대 사정비서실에 직계인사들을 심어 갖가지 인사에 작용했으며, 안기부의 특정인으로부터 기밀보고를 받았고, 대외적으로 자신의 인사개입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경영의 막강한 숨은 실력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히 부통령 수준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얘기가 된다.

대통령이 칼국수 먹고 국가기강 확립과 도덕성 회복과 신한국건설을 역설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동안 현철씨는 반대의 길을 갔고 결국 한국병은 치유는 커녕 더욱 심화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김대통령은 국가의 공적기관과 기능보다 중요 사항일수록 개인적인 정보, 비선에 의한 진언과 정보에 더욱 의존한다는 인상을 주어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어느 가신도 참다운 충언을 하지 않았다.

국권을 침해하고 흔든 의구심을 준 김현철씨의 행태는 국민에게 현정국의 정권관리내지 정상적인 국가경영의 능력을 의심케 할 정도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마땅히 검찰이 나서서 국정개입에 따른 불법 여부를 조사해야 함에도 정보근씨와 헬스클럽 관계자들만 불러 조사하는 시늉만 함으로써 국민에게 또다시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찰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의당 김현철씨를 소환, 그의 인사개입을 폭로한 박경식씨와 대질 신문하고 또 그의 녹음·녹화테이프를 압류해서 조사해야 함에도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한보파동 등으로 침통했던 민심은 김현철 의혹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김대통령의 진상규명의 결단을 고대하고 있다. 문민정부의 명예를 걸고 검찰에 대해 김현철씨 4년의 모든 것을 조사·수사토록 지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단 한가지라도 인사 등에 개입을 했을 경우 「성역없는 엄벌」을 실현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위법을 저지르면 친인척도 감옥에 넣는 철칙을 무섭게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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