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 극적반전위한 묘수/이 고문엔 기회이자 도전/다른 후보군·민주계 반발 가능성신한국당의 새 대표에 이회창 고문이 지명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로 봐야한다. 정국은 이제 대선국면으로 전환되는 급속한 물살을 탈 전망이다. 신한국당의 대선구도가 보다 단순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 이회창 대표 중심으로 여권의 전열이 재정비될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이회창 대표 카드」는 극적 반전의 묘수인 셈이다. 그러나 이회창카드가 과연 여권의 모든 구성원들을 만족 시킬지는 미지수이다. 여전히 여권의 대선구도는 복잡다기한 난립형태의 역학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여타 대선주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관리형대표가 대표인선의 기준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던 박찬종 고문과 캠프를 차리고 오랜기간 준비를 해온 여타 대선주자들은 「이회창 카드」의 수용을 선뜻 납득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회창 고문은 「관리형」과는 거리가 먼 여권내에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의 한 사람이었다.
민주계의 반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신임 이대표는 명실상부한 여권의 구심점으로 떠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당운영은 물론 정국돌파의 선봉역을 맡아 독자적 정치력을 발휘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는 그러나 이회창 대표에게 있어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회창체제의 순항은 이회창 후보의 등식으로 연결되겠지만 흔들리는 이회창호는 예기치 못한 사태를 각오해야하기 대문이다.
우선 김현철씨 문제 및 노동계의 춘투, 대학가 시위 등으로 인한 정국불안요인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회창 고문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정국을 헤쳐가느냐에 따라 이회창 대표의 정치적 능력이 가늠될 것이다.
게다가 이회창 대표는 이제 야권의 두 김씨를 상대로 본격적인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과정에서 이대표가 두 김씨와의 차별화에 성공, 3김구도 청산의 대세몰이를 펼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편으로 이회창호의 출범은 김대통령의 중단없는 개혁의지를 읽게 한다. 4·11총선 등 중대고비에서 이회창카드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인 여권의 배수의 진이었다. 현재 총체적인 위기국면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이회창카드의 효용성은 여전히 절묘하다.
김대통령은 이회창 대표에게 당운영을 비롯해 정국현안의 타개를 위한 전권을 위임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김심」에 대한 논란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합종연횡의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회창체제의 출범은 신한국당의 의표를 찌른 회심의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조속한 시일안에 여권 전체가 안정을 되찾고 구심력을 복원하게 될 것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이회창씨를 청와대로 불러 모든 것을 맡긴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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