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인사개입 의혹으로 온나라가 시끄럽다. 「산넘어 산」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질곡의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을 보면서 두 종류의 만남을 생각하게 된다.대구의 한 음식점 여주인은 독도경비대원들에게 「어머니」로 불린다. 40대인 그는 매달 200여만원 안팎의 부식을 직접 만들어 4년째 독도에 보내고 있다. 94년 손님으로부터 우연히 독도경비대원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을 많이 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다. 지금 그에게 독도와 경비대원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와 독도의 만남에는 조건도, 이해타산도 없다. 우리땅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에게 그저 주기만 하는 나라사랑일 뿐이다. 그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이 본격화했던 95년말께다. 이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오던 선행이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도움을 원하는 유명세를 내고 있다. 그러나 모두 들어줄 수도 없어 고민하는 그는 알려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다.
현철씨의 만남은 국민을 충격과 허탈로 들끓게 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했는데 그에게는 이웃이 없었다. 소산으로 불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만난 상당수의 사람들은 사익을 염두에 두었다.
인사개입 의혹을 공개한 사람은 대통령 가족을 잘 아는 의사다. 현철씨와 가까운 사이로 특혜의혹을 사고있는 업체대표와의 불화가 공개의 발단이었다. 그는 아직도 수백개의 테이프가 더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권력이든 특혜든 사익을 염두에 둔, 본분을 망각한 만남이 빚은 결과다. 그동안 현철씨의 만남과 행동들에 대한 설이 많았다. 설의 근원이 된 만남은 세상에 제대로 빨리 알려졌어야 했다.
대통령이 『부덕의 소치』라는 대국민 담화를 해야하는 우리의 현실은 비극이다. 책임의 소재가 가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은 산」도 넘을 수 없다. 모두가 자신과 주위를 한번쯤 되돌아 보는 것이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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