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직전까지 눈깜빡임만으로 책낸/뇌졸중도 막지못한 최후의 인간승리장 도미니크 보비. 프랑스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국장을 역임한 언론인. 95년 12월 뇌졸중으로 뇌와 신체를 연결하는 신경이 마비돼 그간 식물인간처럼 지내왔던 그가 9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44세라는 젊은 나이였다.
그의 죽음이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생애 마지막 기간에 왼쪽 눈꺼풀의 움직임만으로 「다이빙복과 나비」라는 제목의 130쪽짜리 책을 펴냈다는 사실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행동은 인간승리인 동시에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병상에서 자신의 쾌유를 기원하는 친구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친구중 한명인 출판사 사장이 책을 써보라는 권유를 했으며 그는 이를 실행에 옮겼다. 그의 책 제목은 몸은 다이빙복에 들어가 움직일 수 없지만 정신은 나비처럼 자유높게 날아 다닐 수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 유머와 풍자로 가득찬 이 책은 대부분 자신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속기사가 알파벳을 큰소리로 말하면 그는 맞을 때는 눈을 한번, 틀릴 때는 두번 깜빡이면서 단어를 맞춰갔다. 하루종일 이같은 동작을 반복해 겨우 반쪽정도의 글을 썼으며 책이 완성되기까지는 약 20만번이상 눈을 깜빡거려야 했다. 그의 책은 지난주에 출판돼 파리의 서점가에 선을 보였으며 그의 인간승리에 대한 스토리를 다룬 영화도 만들어져 TV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담당의사는 그가 책이 나온 것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지려고 했으나 사망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위한 협회를 만들 생각을 하는 등 여러가지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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